◎소매점 값경쟁 위축/유류·자동차·맥주 등 대상품목 확대예상【뉴욕=김인영 특파원】 제조업자 또는 도매상들이 지정한 가격을 무시하고 멋대로 소매가격을 올려받던 미국의 소매상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4일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업자가 소매점에 소비자가격을 지정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번 유권해석은 제조업체나 도매업체의 소비자가격 지정행위가 독점금지법에 따라 불법행위가 된다는 지난 68년의 대법원 유권해석을 뒤집은 것.
그러나 대법원은 제조·도매·소매업체의 수직적 관계에 한해 소매가격 지정이 가능하며, 경쟁 업체간 수평적 가격담합은 여전히 불법으로 간주했다.
미법무부는 소매가격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므로 대법원의 유권해석을 환영했다. 미제조업계나 도매업계는 최고가격 지정 허용이 소비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지지했으나, 자동차 판매상과 주유소업자 등 소매상들은 이익이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날 새로운 유권해석은 지난 29년동안 소매가격 지정을 불허해온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가격관련 공정거래정책에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우선 미국에서는 주유소와 신문, 맥주, 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합리성의 원칙이라는 조건으로 수직적 재판매가격 지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개별 점포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점포별 소비자가격과 최고 소비자가격을 나란히 게시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나 소매점들은 최고 소비자가격 이내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게돼 제조업체나 소매업체 모두 가격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할 상황이 닥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수직적 재판매 최고가격의 지정을 불법화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상황을 주시하면서 공정거래 정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가격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게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