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은행 인수전' 공정위 고민 깊어진다

국내銀끼리 대결로 누가 인수해도 독과점 논란<br>지역점유율도 심사 대상…매각 장기화 불가피<br>'민영화 부담' 우리등 금융공기업은 참여 안할듯


HSBC의 전격 포기로 외환은행 인수합병(M&A)이 국내 은행 간 대결구도로 접어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 성패의 키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은행ㆍ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될 경우 ‘독과점’ 논쟁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불가피함에 따라 공정위의 판단이 M&A의 핵심 성패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HSBC 등 외국계 은행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극히 미미해 외환은행 인수시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 3월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공정위 심결 내용에 따르면 HSBC와 외환은행이 합병해도 점유율은 원화예금시장의 경우 5.18%, 원화기업대출도 5.1%에 불과하다다. 외화대출시장도 합병에 따른 점유율이 7.58%에 불과하다는 설명이었다. 문제는 국민과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산규모로 놓고 보면 3월 말 현재 국민은행은 245조원으로 시중은행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자산규모가 107조원으로 5위다. 하나은행은 4위(143조원), 우리은행은 2위(238조원) 등이다. 만약 국민과 외환은행이 합치면 자산규모 1위와 5위가 한몸이 되면서 거대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될 경우 4위와 5위가 합쳐진다는 점에서 독과점 부문에서는 국민은행보다 다소 부담이 작다. 일부에서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ㆍ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이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민영화를 위해서는 몸집이 커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은행 중 어느 곳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든 간에 장기간에 걸친 독과점 심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 2006년에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심사를 진행했는데 승인이 어려운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승인이 불허되거나 승인이 나더라도 일부 사업부 매각이라는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은행 간 합병시에는 독과점을 따질 때 상품별로 분석하는 것 외에 서울ㆍ경기 등 지역별로도 살펴보는 등 심사가 무척 까다롭다. 단 최근 들어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시 글로벌 경쟁력 등 다소 시장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최근 홈플러스와 홈에버 간 기업결합 심사에서 점포 매각 없이 승인한 것이 단적인 예다. 백용호 공정위 위원장도 ‘결합 심사시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외환은행 인수가 국내 은행 간 대결구도로 고착화되면서 인수과정에서 독과점 논쟁이 핫이슈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아울러 매각의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