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명분 약한 한투 노조의 파업

[사설] 명분 약한 한투 노조의 파업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 받은 뒤 새 주인을 맞아 겨우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 노동조합이 1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합병위로금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우선 명분면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99년 대우사태로 동반부실에 빠진 한국투자증권 임직원들이 겪은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5년반 동안 경비절감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부실을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쓴 것도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 막 경영권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하려는 기업에 인수위로금을 지급할 것과 고용보장을 문서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지지를 받기 어렵다. 한투증권에 앞서 외국자본에 넘어간 제일은행과 한미은행 노조가 과도한 합병위로금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명분을 잃어 얼마의 위로금을 받고 파업을 철회했던 전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두 은행 노조는 파업으로 어느 정도 경제적 이익을 얻었지만 명분을 상실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당했던 것이다. 동원금융지주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한투증권에 투입된 공적자금 규모는 6조5,500억원에 이른다. 그만큼 많은 국민의 혈세로 지원 받았다는 점에서 한투증권은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한투노조는 당장 눈앞의 이해타산에 급급하기보다는 경영정상화의 시기를 앞당기는데 더욱 힘을 모음으로써 고객과 국민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하는 게 더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본다. 동원금융지주도 고용을 최대한 보장해 직원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경영개선의 대가를 노조와 함께 나누는 상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산업현장에서는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국제경쟁에 맞서기 위해 노사간 상생의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한때 강성노조로 알려진 대한항공을 비롯해 대우건설ㆍLG전자ㆍGS칼텍스 등 많은 대기업들의 노조가 임금교섭권을 사측에 일임했다.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는 일자리 보장을 비롯해 더 큰 이익을 생각하는 성숙된 노사문화가 요구된다. 입력시간 : 2005-04-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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