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보의 바다' 가 '범죄의 바다'로

인터넷에 청부폭력·총기·마약거래등 홍수<br>청소년 유해정보 열흘새 무려 2만건 접수


“총기류 문의시 사용용도(살상ㆍ테러ㆍ호신용), 총기수량 및 실탄수 명시 바람. 원하는 가격 제시하면 적절한 상담 가능.” “민증(주민등록증), 여권, 면허증, 졸업장, 성적 증명서, 토익ㆍ토플, 인감 증명서 샘플 원하면 보내드립니다.” “심부름, 제거, 청부폭력, 비아그라 등 무엇이든 다 해드립니다. 많은 인원 대기 중.” 해가 진 후 도시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검은 거래가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바다’ 인터넷의 한 귀퉁이에서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14일부터 열흘간 정보통신부ㆍ정보통신윤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4회 불법 청소년 유해정보 신고대회’에 접수된 내용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인터넷을 악취나는 ‘죽음의 바다’로 오염시키는 유해 정보들이 마치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신고된 국내 인터넷 유해정보는 약 2만여건. 불과 열흘 사이에 1,000여명이 참가해 잡아낸 게 이 정도다. 단속이 점차 강화되자 유해정보를 유포하는 수법도 한층 전문화되고 있다. 자살 사이트의 경우 당국의 일제 단속으로 상당수 사라지는가 했지만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자살’ 같은 말을 ‘금지 단어’로 지정해 접속을 막아도 우회하는 길은 많다. 예를 들어 ‘자 살’, ‘자★살’처럼 검색어에 공백을 넣거나 특수문자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자살 사이트 등 유해정보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 청산가리ㆍ엑스터시 등 독극물이나 마약, 의사의 처방 없이는 구입할 수 없는 발기부전 치료제도 인터넷에는 숱하게 널려있다. 청소년을 위한 가출 노하우와 숙식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는 가출 사이트와 청소년들에게 연령별ㆍ상황별로 ‘맞춤형 욕’을 알려주는 일명 욕카페도 부지기수다. 휴대폰 통화ㆍ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은밀히 조사해 주는 ‘흥신소’를 비롯해 폭탄ㆍ흉기 제조, 장물 거래, 컴퓨터 바이러스 제조ㆍ유포, 부부 스와핑, 근친 연애, 유부녀 대상 남자노예 알선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역시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다음 카페 등 국내 유명포털이 제공하는 게시판을 주 무대로 삼아 ‘개설’과 ‘폐쇄’의 숨바꼭질을 반복한다. 특히 은어에 민감하고 검색에 능한 10대 청소년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이들 사이트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해정보 신고대회에 매년 참가했다는 이상윤(44) 씨는 “포털에서 검색어 입력과 클릭 몇번으로 어렵지않게 유해정보 수백건을 찾아 낼 수 있었다”며 “예년에 비해 도박ㆍ대포폰ㆍ대포차ㆍ공문서위조ㆍ청부폭력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가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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