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제는 제값을 받아야한다

환란 직전인 당시는 국내기업들이 투자타당성조사도 제대로 하지않고 외국에서 빚을 끌여들여 외국기업지분이나 부동산 등을 마구 사들이는 경우가 적지않았다. 석유공사가 해외투자과정에서 바가지를 쓴 것은 그때의 해이했던 분위기를 반영하는 사례의 하나로 보여진다. 유가 예측에 좀더 전문성을 발휘하고 치밀했다면 피해를 안보거나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지금은 해외투자는 거의 문이 닫힌채 외국인투자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투자에서 바가지를 쓴 경험을 교훈으로 국내 자산 해외매각에선 손해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국내기업의 매각에도 전문성과 준비성이 발휘돼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헐값에 파는 것은 바가지를 쓰는 것 못지않는 과실이다. 지난해에는 외국기업이 사주기만 해도 좋은 아쉬운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잘 파는 것이 더 중요하게 환경이 변했다. 그런점에서 최근 한국통신이 단일규모로는 사상최대인 25억달러의 주식예탁증서(DR)를 해외매각한 것은 좋은 전례가 아닐 수 없다. 올해초 주간사가 1만5,000원선을 제시하는데 그쳤던 1주당 가격을 6만5,000원 받은 것은 우리의 대외신인도가 그만큼 높아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해당기업의 구조조정능력과 당국의 뛰어난 협상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각협상여건이 지난해 보다는 훨씬 유리해지고 있는데도 이를 최대한 활용치못하면 해당 기업이나 주무부서의 협상능력을 탓할 수 밖에 없다. 최근 국민은행이 골드만삭스사에서 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면서 주식을 지나치게 헐값에 팔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은행의 주가가 골드만삭스와의 합작이란 호재가 반영되어 크게 오른 점을 감안할때 현재의 주가를 기준으로 싸게 팔았다고 주장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없지않지만 외자유치실적에 너무 성급했던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앞으로의 매각협상에서는 서두르지말고 최소한 제값을 받을 수 있게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상황은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찰됐던 대한생명을 정부의 재정지원없이도 사거나 제일은행이 재입찰될 경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신청하겠다는 외국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국은 국민의 세금부담을 최소화하는 원칙을 지키면서 제값받기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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