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류가사키 신세이키무라(일본의 신주거단지)

◎자연·사람이 하나되는 ‘자족도시’/베드타운화 지양 역점 21세기형 신교외단지로/숲사이 태양열 주택 첨단통신시설·농장도…일본은 60∼70년대 산업화의 결과로 인구의 도심밀집 현상을 감수해야했다. 사람들은 도시로만 몰려들었고 도시에 모인 사람들은 토끼장같은 집에 살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부터 일본은 도시 근교에 신도시를 계획하고 조성해왔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대도시 주변에 만든 신도시는 대부분 베드타운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일본은 21세기를 앞둔 지금 이제까지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개념의 도시 근교 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신교외주의」를 지향한 류가사키(용기) 「신세기 마을(움)」이 바로 그것이다. 신교외주의는 교외의 자연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새로운 커뮤니티(공동사회)의 주제다. 서울 주변에 만든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 신세기마을을 통해 우리가 어떤 교외 주거단지를 개발해야하는지를 살펴본다. 동경 우에노(상야)에서 JR 조반(상반)선을 타고 40분 남짓 달리면 류가사키(용기)시에 닿는다. 동경 중심에서 47㎞ 떨어진 한적한 도시다. 류가사키 중심에서 15분 남짓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달리자 「신세기움」이란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일본이 21세기형 마을로 개발하고 있는 류가사키 신세이키무라(신세기움)다. 이 곳은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21세기 일본 도시근교주택단지의 모델이다. 지난해부터 택지를 공급해 99년까지 1천가구의 주택단지를 조성한다. 주택·도시정비공단 즈쿠바개발국이 택지를 공급하고 민간업체가 주택을 공급한다. 정비공단이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택지를 공급하고 민간업체들은 태양열과 바람, 빗물을 충분히 이용한 목조주택을 주로 짓는다. 주택정비공단 류가사키 개발부장 하야카와 즈요시(조천 강)씨는 『구체적인 개발방식을 정하고 택지조성공사를 시작한 지는 2∼3년밖에 안됐다』며 『그러나 개발방향을 정하고 주민공청회를 거치는 등 신세기읍 조성을 준비한 지는 거의 20년이 됐다』고 말했다. 1천가구 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는데 20년을 준비하고 4년에 걸쳐 주택을 짓는 일본. 수십만 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계획부터 건립까지 불과 몇년만에 해치우는 우리현실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잘못됐는지 한 순간 헷갈리기까지 한다. 신세기읍에서 동경으로 출퇴근 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자동차와 전철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가도 1시간 반은 걸린다. 하야카와씨는 『주택지를 고르는 기준이 도시의 편리성에서 자연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어차피 근교생활이 도시만큼 편리하지는 못한 만큼, 도시의 편리함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자연 속에서 살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곳의 주제는 신교외주의다. 자연의 혜택을 생활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그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는 곳이다. 빽빽한 숲 속에 계절마다 변하는 풍향과 햇볕을 고려한 단지배치, 민간업체가 최근에 개발한 태양열 목조주택, 2㏊에 이르는 농장을 중심으로 한 주민교류센타 등이 신교외주의를 대변한다. 단지에 들어서자 진입로 왼쪽에 빽빽한 숲이 눈길을 끈다. 하아카와씨는 숲 한 쪽을 가리키며 『이 곳에 쇼핑센타를 지어야하는데 숲을 보존하는 문제가 걸려 아직 결론을 못내렸다』며『아무래도 나무를 잘라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지는 대형 인공산을 중심으로 세갈레로 나눠져 있다. 아직은 잔디로만 덮여 있는 인공산은 내년부터 상수리나무를 중심으로 조경이 이뤄진다. 산 꼭대기까지 나사모양의 길이 나 있어 휠체어와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 택지를 공급받은 사람들은 민간 업체가 모델로 지어놓은 16개 타입의 주택 중 하나를 선택한다. OM주택, 플러스 YOU, 산직주택 등 업체별 고유의 브랜드가 붙어 있다. OM주택은 태양열을 가장 효률적으로 이용한 목조주택이다. 공기순환을 통해 태양열을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한 겨울에 60도에 이르는 온수를 공급한다. 뜨거워진 공기를 거실과 방 아래 콘크리트로 보내 바닥난방을 한다. 나머지 주택들도 풍향과 일조량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한 환경공생형 주택이다. 도시정비공단은 한 두가지 주택에 수요자들이 몰리지 않도록 주택마다 수량을 제한했다. 다양한 주택이 들어서도록해 단지전체의 미관을 살리기 위해서다. 정보화 사회의 진전은 신세기읍의 장래를 밝게 해준다.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위해 정비공단은 지역내 케이블TV를 도입하고 쌍방향 통신이 가능한 시설을 도입한다. 주민간 교류를 위한 노력은 류가사키 커뮤니티 문화센타(RCCC)와 신세기마을 농장에서 잘 드러난다. RCCC는 도예, 정원가꾸기, 수공예, 테니스 등을 주제로한 각종 취미 클럽을 마련한다. 가든 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 교외생활을 즐기는 방법까지 제공하는 셈이다. 농장은 3백구획, 2㏊ 규모로 농협이나 시의 지도로 야채나 과수, 꽃 등을 재배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기 마을은 주택·도시정비공단과 주택업체,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 정비공단은 정원조성에 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가드닝콘테스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 건립될 주택에 관한 제안도 언제든지 환영이다. 99년 말 류가사키 신세기읍이 완성된 후에도 다른 곳에 신세기읍이 잇달아 조성된다. 이를 위해 주민들과 민간개발업체는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정비공단 및 정부는 민간과 연구를 계속한다. 인간이 자연과 함께 쾌적하게 살 곳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류가사키 신세기읍도 이제 첫삽을 뜨기 시작한 곳이다. 주민들이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신교외주의를 표방한 이 마을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다.<동경=이은우 특파원> ◎주택정비공단 류가사키개발부장 하야카와 즈요시씨/“전원적 구릉지서 자연 적극 즐겨 주민교류 활성화 커뮤니티클럽에 심혈” 『신세기읍의 「움」은 전원적 구릉지에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을 뜻합니다. 사람들이 자연을 적극적으로 즐기며 어울리는 곳이지요.』 주택·도시정비공단 류가사키(용기) 개발부장 하야카와 즈요시(조천 강)씨는 쾌적한 자연 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울리는 공간이 21세기형 마을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인들은 괘적한 자연을 주택지 선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단순환 전원주택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연이다. 바로 「적극적 교외파」를 겨낭했다. 그는 『과거 일본에서 대도시 근교에 조성된 주택단지가 베드타운으로 바뀐 것은 쾌적한 자연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았는데다 정보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고 정보화가 진전된 만큼 새로운 교외생활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재택근무가 가능해진 만큼 굳이 도심생활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신세기읍을 조성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류가사키 커뮤니티 클럽입니다. 농장과 함께 마련되는 클럽은 주민 교류의 공간으로 교외생활을 즐기는 방법까지 제공할 것입니다.』 하야카와씨는 『주택·도시정비공단과 민간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한 새로운 주택모델 2동을 신세기마을에 건설한다』며 『민간과 정부의 공동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완공 때 신세기읍의 모습은 당초 계획보다 훨씬 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동경=이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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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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