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경기회복경기회복 가능성을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경기회복 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등장하게 된 건 최근 들어 주요 경제지표가 개선되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반전하고 재고율이 하락하는 한편 어음부도율이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실물경제지표가 뚜렷하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원화환율이 다시 1,200원대로 내려와 안정세를 공고히 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주가지수가 50%이상 폭등하면서 장기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 지표로만 보면 지난번 경기저점인 93년 초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당시 경제는 장기간의 침체국면을 벗어나 93년초 이후 급격한 회복국면으로 진입했다. 이를 반영해 주가는 이미 92년 하반기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400포인트 수준이었던 주가지수가 몇개월 만에 700포인트대까지 수직상승했다. 20%에 육박하던 시장금리는 장기간의 경기침체 여파로 92년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 93년 초에는 11%대까지 급락했다. 이후 경제는 반도체 호황을 앞세워 활황국면으로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제지표들이 호전되고 있는 것을 경제가 조만간 회복국면으로 진입하는 청신호로 해석하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93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주가와 금리지표만 보면 금년 4·4분기를 경기저점으로 볼 수 있다. 또 최근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93년 당시의 상황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반론의 논거는 최근의 경제지표 개선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물경제지표 개선은 조업일수 증가, 워크아웃에 따른 부도감소 등의 요인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금융지표의 개선은 대외환경의 호전에 기인한 것으로 대외환경이 조금만 악화되면 다시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주요산업의 업황호전 여부도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호전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호황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경제회복에 대한 낙관론과 유보론에 대해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줘야 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과거 어느 때보다 대내외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경제흐름의 방향은 불투명한 대내외 여건의 변화양상에 의해 크게 영향받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외여건의 주요 변수로는 미국경제의 연착륙, 일본경제의 조기회복 가능성 등 선진국 경제의 안정성장 여부와 엔화의 향방, 아시아경제의 회복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경제가 호전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 국내상황 개선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이들 대외환경 변수들의 개선에 기인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개선된 대외여건이 앞으로 지속될지 여부를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크게 우려했던 엔화약세 심화, 금융위기의 전세계 확산 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 자체가 경제회복에 큰 원군이 될 것이다. 최소한 대외여건이 악화되지 않음에 따라 경기침체가 빨라지는 최악의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국내여건 역시 금융경색 현상이 아직도 심각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고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 추진과정과 그 효과가 불분명해 여전히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부채비율 대폭 축소, 빅딜 등을 통한 설비 축소, 워크아웃에 따른 기업퇴출 등의 기업구조조정 정책은 대외여건 변화와 연계해 경제회복의 양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조조정은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민간부문의 투자축소와 실업증가를 야기함으로써 경기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다. 특히 대외여건이 급속도로 개선될 경우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치르는 기회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외여건이 크게 개선되면 국내경제도 그 만큼 급속도로 회복될 것인데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복이 지연됨으로써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치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동안 상당한 비용을 치르면서 유지해 왔던 과잉설비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시점에서 사라질 경우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기업구조조정의 방향은 유지하되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구조조정의 속도와 정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유연한 자세가 요구된다. 【權純旴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금리 동향 지난 주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시장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공개시장 조작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주 중반까지는 시장 금리 하락세가 지속됐다. 그러나 26일 한국은행이 공개시장 조작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가 시장에서 확인된 뒤에는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를 보였다.
회사채 수익률은 이번주 회사채 발행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금리인하로 내외금리의 역전폭이 줄어드는 등 대외여건이 좋아졌지만 오름세로 까지는 반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중반까지 7%대로 하락했던 국채관리기금채권 수익률은 단기금리 급락에 대한 반등으로 주후반에 오름세로 반전됐다.
금주 시장금리는 보합권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공개시장조작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는 발표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중반에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고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시장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공개시장조작금리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시장금리 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의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한국의 외평채 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도 시장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여 이번주 회사채 수익률은 9.5% 내외의 좁은 범위에서 등락을 보이면서 보합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제공:삼성경제연구소 경제동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