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눈살 찌푸리게 하는 '덤'행사

‘덤’. 거저로 조금 더 얹어주는 일이나 물건을 말한다. 어릴 적 추운 겨울에 덤으로 하나 더 얹어주던 풀빵이 제 값 주고 산 풀빵보다 더 맛있었던 기억은 거저 얻었다는 기분 때문이 아니었을까. 최근 대형마트뿐 아니라 피자ㆍ치킨 등 배달음식에도 덤이 따라온다. 대형마트에 판매되는 우유ㆍ생라면 등에는 마치 캥거루가 새끼를 안고 있는 것처럼 조그마한 제품이 붙어있고 배달음식에는 원래 먹으려고 했던 음식보다 더 많은 음식이 같이 온다. 덤으로 제품이나 음식을 받으면 우선 기분이 좋다. 말 그대로 공짜니까. 하지만 이들 제품이나 음식이 결국은 가격을 올리는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기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제품 광고에 혹해 주문한 피자 한 판의 가격은 2만5,000원. 밀가루와 치즈 값이 오르며 기존 제품보다 30%나 가격을 올렸지만 신제품 출시기념으로 치킨윙에 샐러드까지 제공한다고 하니 턱없는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덤이 빠지면서 피자 가격은 자연스럽게 2만5,000원으로 고정되고 다른 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식품ㆍ유통업체들은 물가안정을 이슈화하면서 대놓고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이 같은 이벤트 행사로 가격인상을 현실화해나가고 있다. 즉석 밥에 붙어있는 라면이나 우유에 붙어있는 요구르트는 이미 올라버린 즉석밥과 우유 가격에 포함된 미끼 상품이거나 가격인상을 위한 편법적 마케팅 수단이다. 올 들어 국제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이 같은 덤 행사가 더욱 횡행하고 있다. 물론 원가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무조건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말한다면 억지나 다름없다. 더욱이 업체들의 덤 행사가 매출을 늘리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하나의 판촉행사라는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인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최근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물가상승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의 주고객인 서민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더 힘들다. 고객의 눈을 속여 편법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보다 원가절감 등을 통해 합리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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