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李대통령 '국민 눈높이'에 맞춰라

‘커피타는 대통령’ ‘식기(食器)를 든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각종 모임에서 스스로 커피를 타거나 식사시간에 직접 식기를 들고 먹을 것을 담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대통령은 왜 직접 커피를 타고 식기를 들까. 그게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실용정신’이 없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 정부가 ‘실용정부’를 추구하는 것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생철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의욕적으로 사회 곳곳에 박혀 있는 ‘비실용의 전봇대’를 뽑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40%대로 뚝 떨어졌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데 지지도가 떨어지는 게 억울할 수 도 있겠다 싶다.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르는 학생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실용정부’가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기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첫 사례는 국정 초반을 이끌어갈 책임자들의 선임문제다. 능력은 있는지 모르지만 도덕성은 찾아볼 수 없는 인재들(?)을 실용이라는 명분 아래 끌어모은 것이 문제였다. 도덕성이 결여됐어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국민들의 눈높이를 한참 잘못 파악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타산지석, 반면교사감들이다. 또 경제를 보는 눈높이도 한참 차이가 난다. 환율폭등과 증시폭락, 3개월째 이어지는 무역적자, 악화되는 고용사정 등 경제상황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지경인데 정부의 긴장감은 이에 못 미친다. 이 대통령도 “오일쇼크 이후 최대위기”라고 진단했지만 ‘7% 성장’ 주장은 여전하다. 정부는 올 성장률을 6%대로 낮췄지만 대통령은 최근 군부대 방문시 다시 7% 성장을 강조하는 등 여전히 고성장에 집착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4% 안팎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크다. 국민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지구촌 경제환경을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목표를 밀어붙이다가 감내하기 어려운 후유증이 발생할까봐 걱정이다. 성장잠재력을 넘어서는 성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외환위기 사태에서 이미 충분히 배운 바 있다. 대운하에 대한 시각도 너무 차이가 난다.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대운하가 건설되면 안 되는 이유를 무려 21가지나 열거했다. 대체적으로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며 환경재앙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담고 있다. 이는 많은 국민들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새 정부는 이를 “잘 모르는 소리”로 치부하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대운하는 강을 잘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의미 있으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라는 소신을 밝혔다. 이쯤되면 대운하 사업은 이미 시위를 떠난 활을 보는 느낌이다.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다지만 이조차도 이미 사업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의미가 퇴색한 느낌이다. 또 있다. 새 정부는 요즘 노무현 정부에서 선임된 각 부처 산하기관장에 대해 자진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나가라’ ‘못나간다’하는 모양새는 보기에 민망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관리를 지낸 일부 인사들의 경우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기 중에 중도하차를 요구하는 것은 안 된다. 특히 이들 기관장들의 임기보장법 제정을 주도한 한나라당이 이를 밀어붙이는 것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이 대통령과 한국의 발전모델을 연구하는 ‘이명박학’이 외국 대학에서 정식과목으로 속속 개설되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 이어 오스트리아 빈 대학도 ‘이명박 정부의 과제와 전망’이라는 대학원 과목을 개설했다. 이 대통령의 실용리더십과 경영마인드가 정부정책에 적용되는 과정을 다룬다고 한다.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강좌들이 성공스토리로 귀결되려면 대통령이 국민들과 눈높이를 잘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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