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생색내기에 그친 통신요금 인하

열린우리당과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무선데이터 요금을 30% 가량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통신요금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에 적지않은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주로 청소년들이 음악이나 게임 등을 내려 받는데 사용하는 무선데이터 요금은 그 동안 20만원 상한제, 정액요금제, 요금표시제 등 여러 가지 개선안을 내놓았으나 사용자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게 현실이었다. 또한 당정이 무선데이터 요금을 파격적으로 인하한데는 최근 정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의 활성화도 고려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조치는 내용과 형식면에서 모두 실망스럽다. 우선 내용면에서 보편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음성통화료나 문자서비스(SMS) 등의 요금은 그대로 둔 체 청소년 과다사용으로 심심치 않게 물의를 빚는 무선데이터 요금만 인하한 것이다. 아무리 신규 시장를 겨냥했다고 하더라도 내년 대선을 의식한 선심성 조치라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SMS의 경우 할인요금제 가입자가 많아 실제 요금은 훨씬 낮다고는 하지만 청소년 등 다량이용자가 아닌 일반 종량제 이용자에게는 건당 30원은 높은 요금체계가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정부가 약관 인가권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요금을 내려 후발사업자인 KTF와 LG텔레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는 규제의 최소화와 경쟁을 통한 가격인하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관리ㆍ감독기능을 강화한 측면이 강하다. 특히 한ㆍ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이번 조치는 끊임없이 정부의 시장개입을 문제 삼는 미국측에 또 다른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한국정부가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규제함으로써 휴대폰을 음악감상이나 사진촬영 뿐 아니라 거시경제정책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는 외국의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정은 한편으로 무선망 독과점을 허용해 무선데이터에 높은 원가를 전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요금을 인하하는 모순된 선심성 조치를 남발하지 말고 차제에 음성통화료를 비롯해 통신요금 전체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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