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생보사, 부정적 여론 돌리기

■ 생보사 공익기금 1兆5,000억 조성<br>금융당국 "긍정 조치" 반응속<br>대선등 맞물려 정치권 격랑땐<br>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생명보험사들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선뜻 내놓기로 한 것은 증시 상장을 앞두고 사회단체의 부정적 여론을 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89년 교보생명의 자산재평가 이후 18년간 끌어온 생보사 상장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회단체들이 이번 조치를 ‘여론 호도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데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생보사 상장은 또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번 기금 조성 과정에서 대형사인 삼성과 교보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이 기금 모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달해 약 7,000억원을 부담하며 교보생명은 2,500억원 이상을 부담하는 등 두 회사의 부담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막대한 금액을 출연하기로 함에 따라 순조로운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거 참여하게 된 것도 의미가 있다.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 시장에서 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면서도 사회공헌 활동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창종 생보협회 전무는 “외국계 보험사 가운데 공식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고 말했다. 사회공헌기금은 다양한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남궁훈(사진) 생보협회장은 “마이크로 인슈어런스 지원산업과 소비자 교육 및 산학연계 프로그램 활성화, 소비자 보호사업 등 건전한 생명보험문화 확산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며 “생명존중을 위한 연구소 설립지원과 자살예방활동, 사회간접 인프라 지원 등 소비자 신뢰구축을 위한 사업에도 기금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상장의 전제조건이 충족됐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생보업계가 1조5,000억원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보험소비자연맹ㆍ참여연대ㆍ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주주가 과거계약자의 기여를 인정, 보상하는 것이 상장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시민단체와 계약자단체ㆍ국회의 계속되는 문제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된 각본대로 생보사 상장 문제를 매듭지으려는 금감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 여권 의원들이 국회에 제출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처리도 생보 상장의 또 다른 변수다. 생보사 상장과 관련해 계약자에 대한 보호 또는 상장차익 배분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들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시민단체의 반대여론과 맞물릴 경우 생보사 상장계획 자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확산시킬 개연성이 있다. 또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경우 생보사 상장 문제가 또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 어쨌든 생보사 상장이 사회공헌자금 조성을 계기로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이달 중에 생보사 상장규정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상장신고ㆍ절차를 서두르는 회사는 연내에 상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장 신고 후 국내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는 2~3개월 정도가 소요되므로 이르면 3ㆍ4분기에 상장보험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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