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17일 발표한 ‘중소기업정책 혁신 12개 추진과제’의 핵심은 ‘돈’과 ‘사람’이다. 그동안 무차별적인 지원의 성격이 짙었던 중소기업 정책자금에 대해 전략적 목적에 따라 ‘선택과 집중’ 개념을 적용, 기술혁신형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전통 제조업 위주의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의 상대적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또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공고 3년생을 위한 기업ㆍ학부모ㆍ학교간 취업협약을 맺기로 했다. 고교 및 대학 학비를 지원해주면서 중소기업 근무를 유도한다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올해부터 오는 2009년까지 공고생 2만명을 중소기업에 공급할 계획이지만 이 정도의 유인책으로 중소기업 취업기피 현상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중소기업 금융시스템 재정비=정부의 정책자금이 앞으로는 이노비즈기업ㆍ벤처기업 등 혁신형 중소기업에 집중 지원된다. 김성진 중기청장은 “현재 전체 정책자금 4조7,000억원 중 22.7%인 혁신형 중소기업 지원비율을 2007년까지 35%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중소기업은 정책자금보다는 일반 금융기관의 자금을 활용하도록 유도된다. 일반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최홍건 중기특위장은 “한정된 재원을 전략적 부문에 집중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책자금 금리도 신용도ㆍ대출기간ㆍ기술력 등에 따라 차등화된다. 금리에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원활한 구조조정 지원=한계기업의 신속한 퇴출과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중소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기로 했다. 벤처캐피털의 구조조정 투자시 일시적 경영지배를 허용해 기업매각과 사업부문 조정 등을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 쉽게 이뤄지도록 했다.
신보나 기술신보가 갖고 있는 부실기업 채권에 대해 현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원금감면을 허용, 거래 가능한 가격으로 시장에 매각할 수 있는 길도 터주기로 했다.
◇기술인력 육성=공고를 부활시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능인력을 집중 지원하는 정책이다. 또 대학을 중소기업ㆍ교수ㆍ재학생이 함께 기술개발을 진행하는 장으로 전환시켜 취업문제도 해결한다는 복안이다.
공고생 취업문제 해결을 위해 학부모ㆍ학교ㆍ기업간 취업협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계약내용은 공고 3학년 때 학자금 규모의 직업훈련비를 지급하고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2년 동안 병역연기 혜택을 준다. 대학 진학시 등록금을 지원, 졸업 후 중소기업에 복귀하도록 유도한다.
대학 산학협력 시스템도 전환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대학의 교수연구실ㆍ실습실을 산학협력실로 명명, 정부가 연간 5,000만원을 지원한다. 기술개발과 동시에 해당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의 중소기업 취직 및 기술이전 효과가 기대된다.
◇판로창출=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로 위축되는 중소기업의 판로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구매목표비율제도가 도입된다. 공공기관ㆍ지방자치단체ㆍ정부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제품 구매비율을 법적으로 강제해 중소기업제품의 판로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김 중기청장은 “공공기관 구매목표 의무비율을 50%로 할 경우 약 10조~15조원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직 시행령에 의무비율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김 청장은 “일본의 경우 구매목표비율이 43%인데 우리는 50% 정도 돼야 할 것”이라며 “지방공기업도 대상기관에 포함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혁신=국가공단ㆍ지방공단ㆍ농공단지 등 계획입지에 입주한 중소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 자유화를 시범 추진하기로 했다.
계획입지 안에서는 필수규제만 남기고 여타 규제는 일괄 철폐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필수규제는 국민건강 보호, 산업재해ㆍ안전, 환경오염배출 등이다. 계획입지에 시범 적용한 뒤 여타 지역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지원시책 정비=중소기업에 대한 정책방향을 유형별ㆍ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체제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유사ㆍ중복사업을 통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정비되는 사업 분야는 경쟁력 강화 분야에서 146개 사업 중 26개, 창업ㆍ벤처 분야에서 26개 사업 중 10개, 소상공인 분야에서 5개다. 창업보육사업 등 53개 유사ㆍ중복사업은 통폐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