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김상진(42)씨가 문제의 부산 연산동 아파트사업과 관련해 관할인 연제구의 이위준 구청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가 돌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지검은 이와 관련, 김씨가 빼돌린 돈의 사용처에 수사를 집중하기로 하고 김씨의 차명계좌 등에 대한 전방위 자금추적에 나섰다.
5일 이 구청장은 “지난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김씨와 지역의 한 일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함께한 뒤 헤어질 때 식당 입구에서 김씨가 서류가방보다 조금 큰 검은색 여행용 가방을 건넸다”면서 “내가 뿌리쳤으나 김씨가 가방을 내려놓고 급히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가방을 열어보지는 않았으나 직감적으로 현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무게로 볼 때 거액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김씨와 연락이 안되는 바람에 이틀 뒤에 김씨를 구청으로 불러 돈가방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이 밝힌 돈가방의 종류와 크기로 미뤄볼 때 김씨가 정상곤 전 국세청 국장에게 준 것과 거의 같아 속에 들어 있던 현금은 1억원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가 각종 사업과 세무조사 무마 등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면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정ㆍ관계 금품 로비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연제구청은 이 청장이 거액의 현금을 받았던 시점인 6월29일 김씨가 실소유주인 I건설이 연산8동 16만7,000㎡ 부지에 1,44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부산시에 제출한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져 이 사업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김씨는 부산 지역에서 민락동 콘도 건설사업, 해운대구 재송동 주택재개발, 재송2구역 재개발, 영도구 청학2구역 재개발 등 시내 요지의 재개발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김씨가 재향군인회와 P건설 등을 끌어들여 2,650억원대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일으킨 뒤 빼돌린 수백억원의 용처 수사에서 인허가와 관련한 부정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지검은 이와 관련, 계좌추적팀 인원을 7명으로 보강해 김씨가 주변 사람의 명의로 관리해온 10여개의 차명계좌를 집중 조사하고 정 전 비서관을 비롯해 정ㆍ관계에 돈이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밝혀낼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구속을 면하기 위해 5월을 전후해 급히 변제한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대출금 60억원과 재향군인회 브리지론 대출금 변제액 225억원의 출처를 밝혀낼 계획이다.
또 조만간 연제구 등의 관련자들을 소환해 금품로비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는 부동산 외에 증권에도 손을 대 시세조작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한림토건 명의로 2002년 3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금융권에서 빌린 17억원을 빼돌려 코스닥 상장업체인 S사 주식을 매입하고 2003년 4월과 5월에는 J건설 명의로 기술신용보증기금(현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받은 45억3,000만원으로 코스닥업체 G사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김씨는 회계장부에는 인건비로 사용한 것처럼 기록해 놓고 실제로는 돈을 빼돌려 자신 명의의 증권계좌 3개와 5~6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