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유가 초비상…자구책도 한계

산업계 "숨통 터달라" 호소<br>항공, 국내선 이미 적자 유류할증제 확대 요구<br>해운, 매출 늘어도 유류비로 까먹어 적자 우려<br>유화, 나프타값 부담에 부도 도미노說 '흉흉'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이제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에 달한 느낌입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접근하자 산업계 곳곳에서 기업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항공ㆍ해운ㆍ정유 등 국제 원유 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업종들은 “외환위기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8일 발표된 정부의 ‘고유가 극복 종합대책’이 저소득 서민계층 지원에 집중되자 일부에서는 한계 상황에 몰린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당초 올해 경영계획을 세울 때 예상유가를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잡았던 항공업계는 기존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유가에 환율마저 급등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는 유가가 1달러 상승하면 연간 3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물가상승 부담 때문에 주저했던 국내선 유류할증제를 다음달부터 전격 도입하기로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1년 9ㆍ11테러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했을 때 처방했던 희망 휴직까지 실시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유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고유가 환경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최근 국토해양부에 현행 국제선 유류할증료 제도를 16단계에서 20단계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16단계는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140달러에 육박하는 현재 유가를 감안하면 최소 20단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선의 올 누적적자가 3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며 “회사 분위기는 외환위기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라고 전했다. 유류비가 매출원가의 15~20%가량을 차지하는 해운업계도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안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비수기인 2ㆍ4분기에 접어들면서 컨테이너선 운임마저 크게 떨어지자 한진해운ㆍ현대상선 등 컨테이너선 비중이 높은 국내 대형 선사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형 선박 주유에 쓰이는 벙커C유의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1톤당 370달러에서 최근 600달러까지 치솟아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운항 동향을 나타내는 ‘컨테이너선 종합용선지수(HRCI)’는 최근 6주 연속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1,332.5 포인트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컨테이너선 부문에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유류비 부담이 늘어나고 운임 약세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은 매출의 1.9%인 290억원에 그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벙커C유 값이 싼 항구를 찾아 다니고, 운행 횟수까지 줄이고 있지만 이대로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는 그나마 시황이 호조라서 버텨왔지만 2ㆍ4분기부터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적자전환을 걱정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원가부담으로 생산 감축에 나선 석유화학업계는 ‘도미노 부도설’이 돌 정도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1년 전만 해도 톤당 700달러 정도였던 나프타 가격이 최근 1,100달러를 넘어서자 자금력이 약한 중소 플라스틱 업체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삼성토탈ㆍ여천NCC 등 대형 업체들마저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토탈은 올 1ㆍ4분기 영업이익 589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310억원)에 비해 반토막이 났고, 여천NCC는 1ㆍ4분기 매출이 1조4,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2.8%, 82.9% 감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무너지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서민의 고충은 더욱 심해진다”며 “서민들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고유가로 생존이 불투명한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도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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