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기고] 중국 위안화절하 비상대책은 시기상조

(金道卿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2실장덩샤오핑이 사망하기도 전에 덩샤오핑 사망 기사가 서방언론에 끊임없이 보도됐던 것처럼 동아시아 금융위기 발생이후 위안화가 곧 평가절하되리라는 국내외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국경제의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위안화의 평가절하설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위안화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국가들의 통화가 적어도 35% 이상 평가절하되어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평가절하되지 않는다면 중국이 대외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90년대들어 가장 낮은 수준인 0.5%에 그쳤으며 경제성장률은 7.8%를 기록하여 91년 이후 처음으로 8% 이하를 기록하였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대출문제도 예상외로 상황이 심각하다. 개방 이후 중국정부는 부실 국유기업에 대한 과다한 자금지원으로 금융권 총대출의 8%가 회수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그러나 이를 국제기준으로 본다면 부실채권비율은 25∼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정부는 금융부문을 개혁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내년 3월까지 240여개에 달하는 지방정부 소속의 신탁투자공사들을 약 40개로 정리하는 개혁을 진행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광동국제신탁투자공사가 파산했으며 복건투자신탁공사와 대련투자신탁공사도 파산 직전에 내몰리는 등 금융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금융기관들은 외자조달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으며 상하이(上海)와 선천(深 )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외국인 전용 B주식의 가격은 폭락 사태를 맞고 있다. 만약 경험이 부족한 중국정부가 부실채권 처리와 금융기관 개혁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실수를 저지른다면 중국의 금융시장은 상당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국 위안화 평가절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중국의 지도급 인사들과 금융당국은 위안화의 평가절하설을 줄곧 일축하고 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98년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1,450억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무역수지도 436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또한 지난 해의 외자도입액은 540억달러에 달했으며 자본시장이 개방되어 있지 않아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강조한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인들은 보유자금을 마땅히 투자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시중의 자금은 결국 국유은행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어서 은행이 파산할 염려가 없다고 강변한다. 결국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경제의 어두운 면만을 보고 사태를 판단하고 있으며 위안화가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경제의 밝은 면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그것은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중국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해를 끼칠 것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가치는 상해외환시장에서 결정되기는 하지만 그 거래규모는 하루에 1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중국의 금융당국이 1달러당 8.27∼8.28위안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는 위안화의 평가절하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중국경제에 득과 실을 함께 가져오며 각 이익집단에 대한 영향도 다르게 나타난다. 중국정부가 위안화를 평가절하한다면 국내 정치경제 상황에 이익을 가져오거나 적어도 그로 인해 손해가 미미하다고 판단할 때 이루어 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국의 어떤 관변 매체나 서방언론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해 언급했다고 해서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정부는 금융기관의 부실이나 국유기업의 경영난, 수출부진 등의 문제점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위안화가 평가절하된다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부채부담이 늘어나게 되며 이는 중국경제에 새로운 부담을 지게될 수 있다. 또한 수출부진은 중국 뿐만 아니라 통화가치가 대폭 하락한 한국과 동남아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더욱이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50주년으로서 개방의 성과를 국내외에 과시하며 정치와 경제의 안정을 유지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금년 말에 있을 마카오 반환이라든가 홍콩달러화와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현시점에서는 위안화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국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위안화 환율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첫번째는 위안화가 금년중에 갑작스럽게 평가절하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중국정부가 금융개혁, 국유기업 개혁, 그리고 정부기구 개혁이라는 3대 개혁을 마무리 짓는 2000년까지 위안화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적어도 금년 중에는 위안화의 안정을 유지하되 내년이후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적당한 시기에 10∼15% 정도 평가절하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들 시나리오 중 세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크며 그 다음이 두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시일내에 이루어진다는 첫번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희박하며 실제로 이루어진다고해도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일각의 우려처럼 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론적으로 지금 당장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대비한 비상대응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미래가 너무 불투명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중국의 현지법인들은 재무구조를 건실화한다는 측면에서라도 외화부채를 줄일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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