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우리 술의 가치

국내에서 이제 와인은 하나의 웰빙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으며 와인 소비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와인은 우리 술과는 다른 환경 속에서 발전해왔다. 특히 와인은 생산되는 지역의 기후와 포도 품종, 토양, 제조자에 따라 맛과 향ㆍ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니 와인에 대한 역사, 와인 성분에 대한 연구 등이 체계화되면서 하나의 서양문화로 다뤄지고 웰빙 붐과 맞물려 웰빙문화의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됐다. 우리나라의 술 역시 와인 못지않게 독특한 가치와 다양성을 지녔다. 삼한시대 이래로 전통적인 비법을 간직한 술들이 빚어져왔으며 특히 조선시대에는 각 지방 특산물과 함께 여러 가지 맛과 향으로 발달된 수백여종의 술이 조상들의 생활에 멋과 여유를 더해줬다. 술은 인류사회의 발달과 함께 인간에게 안겨준 이점도 많은 동시에 해로운 점도 많았지만 술이 인간에게 봉사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신적 위안과 공동생활의 매개체로, 나아가 약용주로서도 활용됐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약식주동원(藥食酒同源)’이라고 해 우리 조상들은 음식과 약과 술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알맞게 골고루 먹는 것이 곧 가장 좋은 약이 되듯 술 또한 주재료가 찹쌀ㆍ밀ㆍ참깨 등 상약(上藥)이기 때문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마시면 약이 된다는 이치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술을 먹는다’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아쉽게도 조상들의 슬기가 담긴 우리 술들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급속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일제는 주세정책으로 가정에서 빚은 가양주를 밀주로 단속해 우리 술은 짚단 속이나 광 깊은 곳에서 은밀히 빚어졌다. 해방 후에는 서양 술들의 급속한 유입과 정부의 쌀 소비 통제정책에 의해 급기야 일반 가정에서 술을 빚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서구식 술과 값싼 주정을 타서 만든 술이 활개를 치면서 우리 술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됐다. 와인도 좋지만 우리 국민들이 좀더 우리 술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우리 술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술 역시 김치ㆍ불고기처럼 세계 속의 한국 아이콘으로 성장시켜야 할 단계다. 우리 술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소비하지 않는다면 조상이 물려준 또 하나의 가치를 스스로 묻어버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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