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컨버전스시대] <4>멀티 플레이어가 뜬다

"업종 장벽 사라진다" 만능PB 육성에 총력<br>자통법 시행땐 다양한 지식·경험 갖춰야 생존가능<br>보험·증권사도 재무설계사 앞세워 PB시장 공략<br>우수인재 양성 급선무… 외부수혈도 활발해질듯


프라이빗 뱅커(PB)가 21세기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흔히 PB는 ‘은행업의 꽃’으로 불린다. 그만큼 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21세기 금융산업은 다양하며 깊이 있는 금융지식을 갖춘 멀티플레이어 PB를 요구한다. 우수한 PB를 많이 보유한 금융회사는 그만큼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다. 특히 내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 시행되면서 금융업종 간 장벽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은행 및 보험ㆍ증권ㆍ자산운용 등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금융산업을 주도하게 된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멀티플레이어 PB를 육성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멀티플레이어 PB 육성경쟁 치열=PB들은 고액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보험사와 증권사들도 재무설계사(FP)를 앞세워 은행 PB시장을 노리고 있다. 물론 은행권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는 금융권별로 고객의 성향이 달라 은행ㆍ보험ㆍ증권사 등은 제각기 고유의 영역에서 동종 금융회사들과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서로 다른 업종이라고 고객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필요하다면 증권사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이제 금융시장은 고객 한 명을 놓고 은행ㆍ증권ㆍ보험사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무대로 바뀌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 PB 육성은 금융권의 필수 과제로 자리잡았다. 금융지주회사들은 대부분 은행을 중심으로 보험ㆍ증권ㆍ자산운용ㆍ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통합영업을 하고 있다. 따라서 PB들은 예적금은 물론 부동산ㆍ세무ㆍ보험ㆍ주식ㆍ파생상품 등에 걸쳐 폭 넓은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지난 2007년을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을 가진 금융자산가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가 증가율이 6%인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연평균 10%를 웃돈다. 그만큼 PB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한편 4월 말 현재 은행ㆍ보험ㆍ증권사의 자산관리 전문가는 1만8,000명에 달했다. 2004년의 8,400명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PB는 멀티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경제지식에 더해 3~4개의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기본이다. 국민은행은 체계적인 멀티플레이어 PB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 공모로 인력 풀을 구성한 후 세일즈 역량, 자격증, 어학실력 등을 잣대로 우수 인력을 선발한다. 부동산 전문가, 세무사 등 특정 직무에 뛰어난 인력은 외부수혈로 확보한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유능한 PB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멀티플레이어 PB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모든 PB들의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연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자산관리협회(WMI)와 제휴해 연 1회 연수를 실시한다. 또 포트폴리오ㆍ거시경제ㆍ채권ㆍ세무ㆍ부동산 등의 교과과정을 통해 PB들이 은행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업무까지 취급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 ◇PB 영업 갈수록 확대=국민은행은 국내 최대 규모의 PB전용 점포망을 구축해 영업력을 강화하는 한편 멀티플레이어 PB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총 29개의 PB센터를 운영하며 품격 있는 자산관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PB 전용 브랜드 ‘골드 앤 와이즈(GOLD & WISE)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30억원 이상의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의도와 강남 등 두 곳에 거액자산가( HNWI) 전용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PB인증서수여제도’를 도입해 PB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예비PB와 현직PB 중 기본소양과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들을 대상으로 은행장이 직접 PB인증서를 수여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유도하고 전체적으로 직원들의 자질과 능력을 상향 평준화하는 데 주력한다. 신한은행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고객을 대상으로 PB 영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수도권 12개 등 전국적으로 16개의 PB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금융자산 2억~10억원 고객을 대상으로 ‘신한 V Round’ 지점을 51개 운영하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PB를 육성하기 위해 PB 1인당 관리고객 수가 최대 50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면서 “굿모닝신한증권과의 공동영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세 종류의 PB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 고객을 위해 457개의 PB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1억원 이상 고객을 위한 투 체어스(Two Chairs),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위한 투 체어스 익스클루시브(Two Chairs Exclusive)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PB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하나은행은 골드클럽(Gold Club)과 별개로 웰스매니지먼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3,000만원 이상 고객을 위한 윈 클래스(Win Class) PB 전문점을 전국에 165개 보유하고 있으며 농협도 올해 말까지 PB센터를 134개로 늘릴 계획이다.
자기계발+체계적 교육=멀티 플레이어
금융 자격증 취득은 기본 미술·와인등 전방위 교육
대학과 손잡고 과정 개설 전문가 공동 양성도 나서
하나은행 압구정골드클럽 강원경 PB팀장의 하루는 새벽6시 영어회화 공부로 시작된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F) 및 재무설계사(FP), 투자상담사 등 각종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글로벌 PB가 되기 위해서는 외국어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강 팀장이 관리하는 고액자산가는 50여명이며 금액으로는 1,000억원을 넘는다. 그는 "PB는 단지 금융상품을 파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객에게 개인 브랜드와 신뢰를 판매하는 직업"이라며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계발로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세무관리는 물론 부동산자산관리사 과정도 수료했다. 주식은 물론 채권ㆍ선물ㆍ옵션ㆍ예금ㆍ외환ㆍ부동산 등 금융상품 전체를 아우르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만능 금융인'인 셈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아시안뱅커지(The Asian Banker)로부터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차세대 은행인(Young Banker)'에 선정된 것도 이런 역량을 인정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보험설계사(FC) 예영숙씨. 2000년부터 2008년까지 9년 연속 삼성생명 보험판매왕을 차지해 '보험설계사의 신화'로 통한다. 그는 삼성생명뿐 아니라 21만여명의 보험업계 FC들이 부러워하는 보험영업의 달인이며 대표적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한해 동안 203건(월 17건)의 신계약과 185억원의 수입보험료(매출)를 달성했으며 보유고객만도 1,500명을 넘는다. 기존 고객의 99.9%가 그와 맺은 보험계약을 해약하지 않고 갱신한다. 생명보험ㆍ손해보험을 불문하고 예씨는 보험업계의 '멀티플레이어'로 통한다. 그는 "발로만 뛰는 영업에서 벗어나 재정 컨설팅 능력을 갖춰야 치열한 금융영업에서 살아 남는다"며 "보험은 물론 증권ㆍ투신ㆍ세무ㆍ부동산ㆍ금융상품 등 재테크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맞춤설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멀티플레이어 철학'에는 자기계발을 통한 프로정신이 배어 있다. 은행ㆍ보험 등 금융회사들은 '우수 인재 확보=경쟁력'이라는 판단 아래 인력교육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멀티플레이어를 양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1년에 약 2회에 걸쳐 예비PB를 선발한다. 은행의 최고 인재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예비PB가 된 후 까다로운 연수과정을 거쳐야 PB팀장이 될 수 있다. 예비PB들은 금융상품, 실무사례 중심 케이스 스터디 등의 전문교육뿐 아니라 미술감상법, 소양교육, 와인 강좌, 매너 등 다양한 종류의 교육도 소화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보험사와 연계해 보험회사 프로그램으로 연수를 실시하며 우리증권ㆍCS자산 등의 전문인력을 강사로 초빙해 교육을 시킨다. 하나은행 PB는 행원부터 PB연구회 등을 통해 PB가 되기 위한 기본소양을 연마한다. 하나은행은 우수 인력을 선발해 골드클럽 내 PB로 배치한 후 선배 PB들로부터 영업기술, 고객응대 기법 등의 훈련을 받게 한다. 종합자산관리자로서의 업무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자격증(CFP, AFPK)을 보유하거나 해외 MBA 과정을 거치면 우대해 선발한다. 보험사들도 우수 재무설계사 관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삼성생명은 사내공모 및 인사부서 선발을 통해 PM(Planning Manager)을 선발하고 1년 이상의 PM 경력자 가운데 상위 40%에 속하는 직원을 FP(Financial Planner)로 뽑는다. 또 FP 경력 1년 이상자 가운데 상위 40%에 해당하는 직원을 WM(Wealth Manager)으로 선발한다. WM은 탁월한 영업력을 가진 직원으로 순자산 50억원 이상의 부유층 재산을 관리한다. 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은퇴설계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설해 연간 1,200명의 은퇴설계 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체의 대학 위탁교육 수준을 넘어 메트라이프생명과 서울대가 미국 등 금융 선진국의 은퇴 관련 전문교육과정을 심층 연구하고 교재개발에서부터 강의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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