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3일 방송의 날 맞아 편성방송과 통신의 융합,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 개막 등 방송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시청자 주권의 강화'는 늘 잊지 않고 따라 다니는 요소다.
하지만 진정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그 눈높이에 맞춰 제작되는 참여 프로그램이 얼마나 있을까. KBS1TV의 '시청자칼럼, 우리사는 세상'은 그런 의미에서 특별하다.
방송 시간은 5분에 불과하지만 평범한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불공정한 관행을 지적, 제도를 개선하는 시민 저널리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8년 6월 방송된 이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벌써 3년 넘게 방송돼 온 이 프로그램이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아름다운 실천, TV 민주주의 3년'.
특별히 방송 시간도 1시간으로 늘어난다. 5분짜리 이 프로그램은 원래 IMF 구제 금융시대를 맞아 절약정신 등을 환기시키기 위한 캠페인 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계도성 프로그램은 더 이상 적당하지 안다고 본 실무 제작진들에 의해 '시청자가 말하는 작은 권리 찾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PD 대신 마이크를 잡은 시청자들은 조목조목 불공정한 현실을 지적했다.
30년간 철길로 농기구를 운반해야 했던 마을에 숙원 사업이던 농로가 생겼는가 하면 버스전용차선 문제로 영구차와 영정차가 함께 갈 수 없는 법규에도 예외 규정이 생기는 등 제작진들 조차 의외라 여길 정도로 프로그램의 파급은 컸다.
'시청자 칼럼.'이 배출한 시민 칼럼리스트들은 이미 750여명을 헤아린다.
법무사 등기 관행을 바꾼 김순희 주부, 교복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을 1/3 으로 인하시킨 일산의 학부모, 장애인 운전면허법규를 개정 시킨 의수장애인 김종순씨 등 옳지 못한 관행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던 당당한 이웃이 그들이다.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제작 과정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제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접수된 아이템을 선정하기까지가 가장 시간을 요하는 작업.
공익성과 당위성 등을 판단해 아이템이 선정되면 바로 취재에 돌입하지만 취재에는 짧으면 1~2일, 길면 2주일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제작을 맡은 박혜령PD는 '방송이 완료되면 그 때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적된 사항에 대한 피드백과 해결상황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3년이나 했으니 주제의 빈곤에 시달릴 법도 하지만 명위도용 개인정보 유출 등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문제들이 넘쳐 아이템이 줄지는 않는다는 후문.
9월 3일 특집 방송에서는 지금까지 출연했던 750여명 중 100명의 출연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5분이 가져온 변화를 전할 예정이다. 방송에 나왔던 이들이 스튜디오를 찾는 건 물론 이번이 처음이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