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우리투자증권 인수로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할 것<br>농협중앙회 전폭 지지 약속 유기적 협력 체제 구축으로 제2도약 발판 마련 기대 커<br>하반기에도 비용절감 차원 70여개 적자점포 구조조정<br>연4,500억 안팎 명칭사용료 책정방식 변경등 손질 검토



우투증권 인수로 계열사 시너지 극대화 - 제 2의 도약 발판 마련

우투 인수 관련 농협중앙회 전폭적인 지지 약속 받아내…


중앙회 경제사업 등과도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 추진

실적 연동되는 명칭사용료 산정 방식 변경 논의 중

대담=이병관 금융부 차장 yhlee@sed.co.kr

“우리투자증권(우투증권) 인수와 관련 농협중앙회 이사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 받았습니다.

임종룡(56ㆍ사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항간의 농협중앙회와의 불화설을 일축하며 이 같이 밝혔다.

올해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농협금융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임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상위기구인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유기적 협력체제가 구축되면서 농협금융이 제 2의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그는 “전임 회장의 사퇴 이후 농협금융 직원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취임 이후 중앙회와 관계설정에 주력하면서 지금은 조직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오히려 대주주인 중앙회가 농협금융 성장에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중앙회와 농협금융, 농협금융간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우투증권 인수에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예다.

앞서 우투증권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던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은 꾸준히 농협중앙회 실무진이나 조합장들을 접촉해왔다. 임 회장의 그런 진심이 통했는지 최근 개최된 농협중앙회 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우투증권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임 회장이 우투증권 인수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도중에도 박수가 세 번이나 터져 나왔다.

“농협금융의 발전뿐 아니라 농촌과 농민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우투증권 인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이사진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렇다고 우투증권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최종 의사결정을 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두 가지 과제가 더 남아있습니다. 인수 자문사를 통해 매입가격이나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재원조달 방법도 검토를 해야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죠.”

임 회장은 우투증권 인수를 통해 농협금융의 수익구조를 안정적으로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핵심 계열사 중 은행과 보험(생보ㆍ손보)은 각각 1,672억원과 1,9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증권은 216억원으로 덩치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우량 증권사로 꼽히는 우투증권을 인수, 농협금융을 은행ㆍ보험ㆍ증권의 삼각축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금융과 우투증권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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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은 지방과 소매금융에, 우투증권은 도시와 기업(IB)금융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각각의 핵심 역량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봅니다. 특히 우투증권은 농협금융 테두리 안에서 무수히 많은 사업기회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전국 1,165개 단위조합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게 되는 겁니다.”

우투증권 인수를 두고 KB금융지주와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 회장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대결구도로 비춰지는 것이 어색하다”며 부담감을 표현했다.

“임영록 회장과는 20년 넘게 공직생활을 가까이서 했어요.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적으로 자주 만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는데 우연찮게 (우투증권 인수로 인해) 경쟁하는 위치에 서게 된 거에요. 각자 속해있는 조직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죠.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올해 6월11일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한 이후 두 달 반 동안 임 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건전성 강화’과 ‘계열사간 시너지 강화’ 두 가지이다. 결국 우투증권 인수도 계열사간 시너지 확보라는 큰 틀 안에서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간 시너지 모색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작업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각 계열사의 체질과 시스템에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반면 건전성 강화라는 과제는 당장 ‘발 등에 떨어진 불’이다. 실제 농협금융은 STX그룹의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으로 올해 2ㆍ4분기 3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올해 당기순이익 1조원 달성이라는 목표와도 거리가 더 멀어졌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자회사의 리스크관리 임원 및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3대 경기민감 업종 익스포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를 매달 한차례씩 열어 회의를 직접 주관합니다. 조선, 해운, 건설 등 민감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를 중점 관리함은 물론 부실이 우려되는 거액 여신이나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방안 마련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또 매달 한번씩 7개 계열사 대표와 1대1로 면담하며 한달간 경영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시장상황에 맞게 수시로 논의합니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리스크관리 체제에 대한 벤치마킹도 진행 중이다. 각 금융지주의 장점만을 취합하고 이를 외부 용역에 맡겨 농협금융에 적합한 리스크관리 체제를 수립하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사 실태조사를 위해 전담팀을 꾸려 리스크관리 체제를 배워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각 금융지주마다 장점이 있지만 신한금융은 실적이 말해주듯이 실적과 건전성관리 양 측면에 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연내에 새로운 리스크관리체제를 구축해 내년 사업부터 적용할 생각입니다.”

건전성 강화를 위한 또 다른 축은 경비절감이다. 임 회장을 비롯한 농협금융 임원들과 농협중앙회 임원들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급여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이다. 또 임 회장은 적자점포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영업점 숫자는 1,168개로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과 함께 가장 많은 영업점 수를 지니고 있어요. 그 중에 일부 적자점포들이 존재하는데 장기간 적자를 기록하면 은행 경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적자점포 구조조정은 폐쇄ㆍ통합ㆍ조건부(1년 실적을 살펴본 뒤 폐쇄 결정)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만 22개 적자점포를 추려냈고 하반기에는 70여개 점포를 추려내서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폐쇄되거나 통합된 영업점 직원들은 구조조정 없이 재배치 해서 활용할 계획입니다.”

농협중앙회에 매년 지급하는 4,500억원 안팎의 ‘명칭사용료’ 부분도 조심스럽게 손질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의 교육지원사업을 위해 매년 매출액의 최대 2.5%를 명칭사용료로 지급하고 있다. 여타 금융지주가 계열사에 부과하는 명칭사용료와 성격도 다르고 부과율(0.3%)도 다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명칭사용료가 농협금융 실적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농민 지원이라는 농협금융의 출범 목적과 특수성을 고려하면 명칭사용료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명칭사용료라는 기본적인 테두리는 유지한 채 명칭사용료 책정 방식 변경을 중앙회와 논의하고 있습니다. 실적에 연동해서 실적이 좋으면 명칭사용료 더 부과하고 실적이 나쁠 때는 덜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어요. 배당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회의 경제사업부문은 많은 농기계나 시설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장비들을 렌트하거나 직접 구입하면 고비용이 소요됩니다. 여기서 착안해 계열사 중 하나인 캐피탈에서 농기계 리스 상품 개발을 고민하고 있어요. 경제사업 입장에서는 비용도 줄이고 세제상 혜택도 누릴 수 있어 윈-윈(win-win)인 거죠. 중앙회와 시너지를 십분 활용해 농협금융의 성공적인 안착을 도모하겠습니다.”

사진=이호재기자


이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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