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B금융 장중 뜬금없는 하한가… 왜?

외국계 증권사 주문 실수냐, ELS 수익률 조작이냐<br>거래 드문 오전 중에 14만주 팔자 쏟아내<br>투자자 손실 불가피… 금융당국 조사 돌입

KB금융 주가가 10일 장중에 하한가까지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문 실수일 수도 있지만 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수익률을 조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날 KB금융의 하한가 추락으로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ELS 판매액은 181억원이다.

10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9시9분께 외국계 증권사인 CLSA는 KB금융에 14만여주의 시장가 매도주문을 냈다. 같은 시각 현대하이스코에는 6만여주의 매수주문을 냈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한때 14.91% 내린 3만1,100원으로 하한가를, 현대하이스코는 14.98% 오른 5만1,4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KB금융의 종가는 1.09% 오른 3만6,950원, 현대하이스코는 2.57% 상승한 4만5,850원이었다.


시가총액 15위권인 KB금융과 같은 대형주가 장중에 하한가로 추락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사례다. 이로 인해 KB금융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ELS는 옵션 등을 이용해 만기를 정해놓고 투자기간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면 정해진 수익을 받고 반대의 경우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80%의 녹인(Knock-Inㆍ원금손실 구간)이 설정된 원금비보장형 ELS의 경우 기초자산의 주가가 80% 이하로 내려가면 투자자는 원금손실을 보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날 KB금융이 장 초반 하한가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인위적으로 녹인에 진입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거래가 드문 오전에 대량 매도해 순간적으로 주가가 급락한 것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보통 오후에는 거래가 많아 가격제한폭까지 주가를 밀어내기 어렵다.


KB금융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 녹인이 3만1,100원인 ELS는 10건, 181억원 규모로 확인됐다. 공모 ELS가 2건, 21억5,000만원 규모이고 사모 ELS가 8건, 159억6,00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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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가를 기록한 현대하이스코는 녹아웃(Knock-out)으로 ELS 수익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녹아웃은 주가가 수익률 일정 수준 직전까지 오르면 상승분에 따라 수익을 주는데 주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낮은 수익률로 수익이 고정되는 구조다. 예컨대 수익률이 30% 직전까지 올라가면 상승분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지만 30% 구간에 들어서면 9%로 수익이 고정되는 식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ELS 발행 주체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원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해 수익률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ELS 수익률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들어갔다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날 매도주문이 의도적인지 아닌지 여부를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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