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김병준)가 29일 발표한 `재정.세제개혁 로드맵`은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참여정부의 코드(Code)인 분배의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대상이 되는 기준을 낮추려는 의도도 조세의 형평성을 살리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잘 사는 사람들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더 끌어내서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고소득계층과 기득권의 저항이 불보듯 뻔해 어떻게 실현해 나갈 지는 불투명하다는 게 조세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소득층 세금부담 커진다 = 금융소득은 이자나 배당으로 벌어들인 소득을 말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은 일단 고소득층으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과세대상을 넓히려는 정부의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센 저항에 막혀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정부의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유일호 혁신위 위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낮추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그 이유는 고소득층에게 주는 임팩트(충격)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이 때문에 혁신위는 고소득층에게 주는 충격을 최대한 감안해 시기와 인하폭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르면 2005년부터 하향 조정 = 혁신위에 나와있는 로드맵대로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시기는 2005년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그 이전까지 과세 대상의 폭을 결정하고 준비작업을 마쳐야 한다. 유 위원은 “이제 방향을 정해졌다”면서 “조세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용역을 맡겨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룡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이에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 개선은 중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아직은 섣불리 인하폭과 시기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 확대에 대한 환경은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원래 부부합산으로 매기게 되어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체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고소득층의 부담이 이전에 비해 한결 가벼워진 때문이다.
◇직장인 연금부담 급증 우려 = 혁신위는 또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이양해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로드맵은 현재 80대 20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바꾸기 위해 지방소비세 제도를 도입하는 방식 등으로 국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고 카지노세나 원자력 발전세 같은 지역개발세를 지자체들이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공적연금을 뜯어고치겠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혁신위는 적자가 이미 발행한 군인,공무원연금과 중장기적 재정부족이 불가피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에 대한 수술을 2005년부터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급여-저부담`의 기형적 체계로 돼있는 연금 구조를 유지가능한 수준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직장인들의 연금부담은 무거워지고 연금을 타는 사람들의 손에 쥐어지는 급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년층과 직장인 모두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 반발을 어떻게 무마해 나갈 지는 참여정부가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과제 중의 하나다.
<박동석기자,권구찬기자 chan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