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스패머와 '계영배'

빌 게이츠는 문제를 너무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는 지난 2004년 다보스포럼에서 스팸이 2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최근 “스팸은 세계화의 진정한 성공 신화이며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해 빌 게이츠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아니 오히려 스팸은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길을 걷고 있다. 스팸이 이처럼 창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신종 돈벌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패머들의 돈벌이로 일반인들은 몸살을 앓아야 한다. 스팸 내용은 성인광고ㆍ대출광고 외에 사이버 상에서 사기행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웜이나 신종 바이러스의 온상이기도 한다. 경제적 손실 또한 심각하다. 미국 뉴클리어스리서치(Nucleus Research)사에 따르면 e메일 스팸 공해로 인한 미국의 피해금액이 지난해 71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금액은 계속 늘고 있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 ‘사회경제적 중범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자사 메일 서비스 핫메일 상에서는 40억개의 e메일이 교류되는데 그중 34억개가 스팸으로 차단되고 있다. 약 90%가 스팸, 즉 디지털 환경을 오염시키는 쓰레기라는 말이다. 이는 지구온난화와 각종 쓰레기, 폐수, 오염 물질 등으로 겪는 환경오염 문제만큼 심각한 것이다. 영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를 지금처럼 방치할 경우 장차 국제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적게는 국내총생산의 5%, 많게는 20%에 달할 전망이다. 스팸과 같은 디지털 쓰레기를 우리가 방치할 경우 이에 못지않은 대가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스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치기술 개발, 법적 규제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의식이다. 자신의 e메일이나 휴대폰 번호를 주의해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스팸 신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가 자연환경을 보호하듯 쾌적한 디지털 환경 구축을 위해 힘쓴다면 스팸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商道)’와 고사에 자주 등장하는 ‘계영배(戒盈盃)’라는 술잔이 생각이 난다. 이 술잔은 7부까지만 채울 수 있고 이 선을 넘을 경우 부은 술마저 몽땅 사라진다. 계영배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절제를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폐수와 하수를 아무데나 흘려보내 돈을 벌려고 하는 스패머들이 탐욕에서 벗어나 ‘마음의 계영배’를 찾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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