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중공업에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면 보유 중인 현대상선 지분 가운데 10%를 양도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지분 매입을 결정한 것이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분 양도를)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단기에는 경영권을 위협하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겠다는 소극적인 의사표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2일 전인백 현대그룹 총괄기획본부장은 서울 적선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중공업그룹이 진정 백기사의 입장에서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면 보유 지분 26.68% 중 16%만 보유해도 현대그룹의 전체 우호주주 지분율이 과반수를 넘게 된다”며 “따라서 취득 지분 중 10%를 현대그룹에 즉시 매각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이와 관련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7.2%와 우호지분을 포함한 현대상선의 내부 지분율은 35% 수준이므로 현대중공업그룹이 16%의 지분만 보유해도 전체 우호지분이 과반수를 넘게 돼 경영권 방어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이밖에도 “현대중공업그룹 측이 향후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참여를 포함한 추가 지분매입을 하지 말아야 하며 적대적 M&A를 즉각 중단한다는 공식 입장을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중공업 측은 “중장기적으로 주주이익 극대화 원칙에 따라 고려할 것”이라며 “유상증자 참여 여부 역시 이사회 결의 사안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토론과 협의를 거친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현대그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천명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다만 “현대상선 주식매입 당시부터 적대적 M&A는 물론 경영권 행사 의사가 없음을 수시로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지분은 유지하되 권한 행사는 자제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