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건강(e-Health)산업이 정착되면 국민들의 전반적인 의료비 부담이 경감되는 것은 물론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 등에 걸쳐 엄청난 전ㆍ후방산업 연관효과를 낳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인터넷건강산업은 우선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3년 보건의료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의료비 지출 총액 가운데 민간이 부담하는 비중이 55.6%로 미국(55.8%)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민간 의료비 부담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터넷건강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성 질환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터넷건강산업 발전은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서활 연세대 의대 교수는 “의료비에는 병원 부수인력의 근로비용도 포함되기 때문에 원격진료 등 인터넷건강산업이 활성화될 경우 의료비를 상당히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인터넷건강산업은 산업 그 자체로서 엄청난 시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인터넷건강산업은 기존 의료시스템에 IT 및 BT 등 첨단기술을 접목시킨 것으로 관련산업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전반에 걸친 대변화 전망=인터넷건강산업이 발전하려면 ITㆍBT 등 첨단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런 첨단기술은 모든 산업에 걸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환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는 의류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의복에 바이오센서를 적용하면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의류산업에 대변혁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정보통신산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휴대폰은 절대적인 경쟁우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후발업체들이 속속 휴대폰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휴대폰도 머잖아 범용제품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휴대폰 이용자들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의료진에 전달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를 부착하면 휴대폰은 의료기구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조진호 경북대 의대 교수는 “한국이 IT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게 다지고 먹거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인터넷건강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제도정비하며 육성에 박차=현재 미국ㆍ캐나다ㆍ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원격진료 관련법을 제정하는 동시에 인터넷건강산업 시스템에 대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건강산업의 시장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건강산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지난 99년 이후 매년 20% 이상의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중국ㆍ말레이시아 등도 인터넷건강산업에 대한 육성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원격의료 서비스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중국도 전국의 병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국민들의 진료기록을 통일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술개발 및 의료제도도 개선해야=인터넷건강산업을 육성하려면 안전성이 높은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의료법 등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 단계에서 원격진료 기술은 의사들로부터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저 맥박ㆍ혈압 등을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혈액채취 및 측정이 가능할 정도의 시스템이 개발돼야 비로소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현행 의료법도 큰 걸림돌이다. 의사가 환자를 상대로 한 원격진료는 불법 의료행위다. 양병국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환자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찬 서울대 의공학과 교수는 “의료법 등 관련제도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인터넷건강산업 육성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낙도 등 무의촌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나마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