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석유화학/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야기 산업)

◎94년 미·일 잇단 대형사고… 수급 차질/제품값 폭등… 국내사 반사이익 챙겨지난 94년에는 세계 석유화학업계에 유난히 대형사고가 많았다. 미쓰비시화학 등 일본업체들은 장기 가뭄으로 조업을 단축했고, 미국 쉘사의 에틸렌공장은 폭발사고를 일으켜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장치산업인 석유화학공장은 한 번 사고가 나면 보수해 재가동하는데 몇 개월이 소요되고 그 기간동안 손실은 엄청나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의 이런 불행소식을 접하면서 우리나라와 대만을 비롯한 세계 석유화학업계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유는 이들 공장의 생산이 중단되면 세계 석유화학제품의 수급이 이상이 생겨 제품값이 폭등하고 그 이익은 정상가동중인 업체들이 고스란히 가져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에틸렌과 고·저밀도 폴리에틸렌을 비롯한 주요석유화학 제품값은 톤당 1백달러 이상 폭등했다. 이로인해 당시 과잉투자로 공급과잉의 위기에 처했던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막대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이런 현상은 올해도 마찬가지. 올해초 유럽지역의 강추위로 이지역 화학플랜트들이 대거 고장을 냈고 일본의 미쓰이사, 미국 다우케미컬사 등이 모두 사고를 내 제품값이 안정된 것은 물론 합성수지의 경우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석유화학 산업은 남의 불행을 먹고산다. 이유는 장치산업인 석유화학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석유화학공장은 대규모 설비를 바탕으로 석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원료로 모든 공정이 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어느 한 곳에서 사고만 나도 공장전체의 가동이 중단된다. 특히 반응기, 압축기, 발전설비 등과 같은 기초공정이나 염소 등 기초원료 공장이 고장을 일으키면 공장전체가 마비되어 버린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플랜트는 철통같은 경비를 서고, 만약에 일어날 사고에 대비해 직원들은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철저한 조심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위험성을 크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석유화학산업의 경영성과는 생산을 효율적으로 하고 판매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형사고를 내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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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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