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느리게 걷기로 여행 만끽" ■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 제주=글ㆍ사진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이 시대 개발의 속도는 정말 빠릅니다. 하지만 개발의 속도만큼 우리가 부지런히 길을 내서 그 길을 사람들로 채울 수 있다면 우리는 속도 전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제주 올레의 기본 틀이죠.” 지난해 12월 제주도에는 남부 서귀포시를 하나로 잇는 200여㎞의 띠가 생겼다. 이 띠를 이어낸 주인공은 전직 언론인이자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 서명숙(53) 씨다. 서 이사장은 고향 제주에 ‘세계 최고의 걷기 코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2년 전 귀향,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을 되살리는’ 제주 올레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서 이사장은 “길은 복합적 콘텐츠를 담고 있다. 제주 올레를 걷다 보면 자동차 여행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제주 사람들의 삶과 역사, 풍경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개발된 코스는 총 12개. 2007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 달에 한 개 꼴로 코스가 공개됐다. 지난해 말까지 (사)제주올레 추산으로 3만~4만명의 올레꾼들이 올레 코스를 밟았고 이 중 상당수가 온-오프라인에서 ‘올레 폐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레 걷기의 핵심은 천천히 걷기다. 서 이사장은 “올레꾼들 중 상당수가 도보여행 경험이 많은 이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느리게 걷기라는 걷기 여행의 묘미를 망각한다”며 “제주 올레 걷기는 정복을 위한 여행이 아닌 심신의 샤워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대인의 삶은 전쟁의 연속이다. 제주 올레를 걸으며 속도를 잊고 ‘간세다리(제주 말로 게으름뱅이)’가 돼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길에는 아스팔트를 벗어난 느림의 문화가 피어난다. 서 이사장은 “이미 올레를 걸어봤고 언젠가 걷게 될 길에 투자하는 사람들, 나아가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를 넘어선 새로운 문화에 투자하는 올레꾼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올레를 사랑하는 이들의 투자는 각계 각층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레 폐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현대카드 디자인팀과 함께 올레 이정표를 디자인하는 노력 봉사를 최근 시작했다. 가수 양희은 씨도 1년에 대여섯번 이상 올레 걷기를 하며 명예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고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등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2개 코스 오픈을 마쳤지만 서 이사장이 꿈꾸는 올레가 완성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시 일대와 내륙을 잇는 사잇길들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 서 이사장은 “이미 복원된 12개 코스에 북부를 잇는 최소 12~13개의 코스를 합쳐 앞으로 2~3년간 제주도 각지를 잇는 30여개 코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싸게 다양하게 화끈하게… 밤의 경제학 ▶ [리빙 앤 조이] 와인에 얽힌 스토리 ▶ [리빙 앤 조이] 느림의 미학… 세계를 다시 창조한다 ▶ [리빙 앤 조이] 해외 유명인이 타는 전용기 ▶ [리빙 앤 조이] 하늘에 뜬 집무실, 국내도 본격 전용기 시대 ▶ [리빙 앤 조이] "느리게 걷기로 여행 만끽" ▶ [리빙 앤 조이] 걷다보면 아름다운 섬 ▶ [리빙 앤 조이] 100돌 맞은 한국만화, 부활을 꿈꾼다 ▶ [리빙 앤 조이] 한국 만화의 역사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