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말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후에도 하급심 판결이 엇갈려 기업들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최근 통상임금 하급심 판결에 대한 비판적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대부분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기준인 정기성과 일률성·고정성에 따라 내려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하급심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른 해석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10월 선고된 부산지법의 '르노삼성 사건' 판결이다.
당시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이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에게 '일할 계산'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근로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있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재직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경우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닌 것으로 판시한 바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경연은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면 소급 지급 청구를 불허한다는 전원합의체의 '신의칙 요건'을 판단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법원은 기업의 추가부담 총액 가운데 인건비 비중과 전년도 대비 실질임금인상률, 당기순손실, 당기순이익 등을 기준으로 신의칙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통상임금 문제는 임단협과 맞물려 개별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8일부터 노조원 1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집단소송 신청서를 받기 시작했다. 2월 1심 판결에서 적용되지 않은 최근 17개월치 통상임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당시 재판부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법정수당만을 인정하고 약정수당과 근로기준법을 초과해서 지급하는 금액을 공제했다. 노사는 이미 1심 판결에 항소한 상태다. 여기에 노사가 임금협상을 앞두고 고소, 고발전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자동차 분야도 비슷하다. 현대차는 현재 통상임금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 상태다.
김선우 한경연 연구원(변호사)은 "노사정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에서도 통상임금 입법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사안"이라면서 "입법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 등을 명확히 함으로써 업계가 겪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