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미국發 금융쓰나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어디까지

외국인 주식매도·환율급등 당분간 지속될듯<br>美상업은행까지 번지면 외화 유동성위기 확산<br>PF대출등 잠재악재 겹칠땐 시장 충격 엄청나<br>일부 "길게 보면 美금융불안 해소과정" 기대도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16일 명동 외환은행 본점 글로벌마켓영업부 딜러들이 치솟아 오른 그래프를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이 쑥대밭이 되면서 월가발 충격이 과연 어느선까지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신용위기에 쉼표가 찍히지 않는 이상 외국인의 자금조달→주식매도→달러매수→환율급등→금융시장 불안 등의 악순환 고리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 금융위기가 해외 투자은행(IB)에서 상업은행으로 번지고 북한 체제 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질 경우 국내 외화유동성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예상했던 악재가 점차 현실화되는 등 금융위기가 종점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달러난으로 금융시장 쑥대밭=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후폭풍에 초토화됐다. 유동성 난에 내몰린 외국인 투자가들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매도자금을 외환시장에서 달러로 환전하면서 양 시장이 모두 패닉 상황에 빠져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외화유동성 부족에 따른 시장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시장에 달러가 부족한데 외국인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주식을 내다팔 경우 주가폭락과 환율급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등의 악재까지 겹쳐질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에 비상벨이 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가하락보다는 환율급등이 훨씬 걱정스럽다”면서 “자칫 가계부채, 금융기관의 PF대출 등 잠재된 악재와 외화유동성난이 겹칠 경우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외화유동성 부족은 이날 환율폭등에서 짐작하듯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우선 외국인은 6,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주가폭락을 주도했다. 그들로서는 달러조달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달러선물은 일찌감치 오전에 3% 상한가에 도달, 장 막판까지 유지됐다. 해외주가가 폭락하면서 해외펀드의 환헤지용 달러매수가 몰린 덕분이다. 앞으로도 달러를 더 사들일 수밖에 없다. 반면 수출업체는 달러를 움켜쥐면서 사실상 달러매도세력은 자취를 감췄다. 이를 반영해 한달짜리 선물환율은 현물환율 밑으로 떨어졌다. 금리를 더 주고서라도 달러를 조달하겠다는 수요가 엄청나다는 의미다. ◇당분간 충격 지속될 듯=미국발 신용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국내 금융시장 불안과 이에 따른 변동성 장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배민근 수석연구원은 “외국환평형기금의 발행이 연기됐고 공기업의 외화차입도 어려운 상황이며 외국인의 채권매매에도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지속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불안은 단기적으로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리먼브러더스 채권ㆍ채무와 연관된 헤지 관련 거래가 폭증하고 있다”며 “당국도 시장안정 전까지 개입하기 어려운데다 불안하고 위험하다는 심리가 팽배해 환율은 당분간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 역시 “원화약세 지속은 국내 금융시장이 그만큼 취약하다는 의미”라며 “심리적 불안감에다 수급 자체가 꼬여 당분간 환율 상승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발 위기가 심화될 경우 금융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신용위기가 투자은행에서 상업은행으로 확산될 경우 국내 금융기관에 대출한 자금을 회수할지도 모른다”며 “이럴 경우 최악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국내 펀더멘털이 좋다고 해도 신용 문제로 심리가 손상된 상태여서 단순히 경제적 이론이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도 가까워져=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막바지에 다다르는 게 아니냐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겠지만 월가 충격은 길게 보면 미 금융불안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읽힐 수도 있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단기적으로 금융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내부적으로 기초체력이 부실하지 않아 큰 타격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듯이 이번주 중 미국에서 대책이 나오면 금융시장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우려했던 상황들이 현실화되는 것은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라며 “미국 주택가격이 고점 대비 20%나 하락했고 미 정부 대책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에 대해 장 연구원은 “당분간 환율 상승압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달러수요가 지속적이기는 어렵다”면서 “유가하락에 따른 경상수지 적자 축소 가능성으로 외환수급면에서 상승압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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