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터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듣는다

"문화 기반 관광산업 육성, 서울방문객 1,200만명으로"


“콜택시 기능을 활성화해 서울 도심의 승용차 숫자를 줄여보겠다” 45세의 젊은 시장. 서울시장 선거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선거에서 바람을 몰고왔다. 취임 후 20여일. 그는 지금 ‘환경’과 ‘문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서울을 발전시킬 새로운 바람을 구상 중이다. 그 바람의 핵심에 ‘상상력’이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조직문화 개편, 강북 도심개발, 서울 대기질 개선 등의 주요 공약에 ‘상상력’을 도입, ‘잘 나가는’ 서울을 ‘초일류’ 서울로 바꿔보겠다는 결심이다. 20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연일 계속되는 업무보고와 각종 인터뷰에 다소 지친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주요 공약을 설명할 때는 거침이 없었고 ‘콜택시 기능’을 활성화해 도심 승용차 숫자를 줄여보겠다는 새로운 ‘상상력’을 펼치기도 했다. 공무원도 맘껏 상상력 발휘를 -외곽에서 바라보던 서울시와 서울시장이 되고 난 뒤 서울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교한다면. ▦문제점보다는 어려움을 말하고 싶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업무능력은 우수하고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하지만 공무원 조직이 잘하는 단계에서 초일류 단계로 가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초일류 단계로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테스코의 이승한 사장과 같은 외부인사를 영입한 것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취임 초 리더가 바뀌고 뭔가 바꾸자는 분위기에서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행태는 보여드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4년 동안 서울의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계획인지. ▦‘문화’가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는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문화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은 취업유발계수가 높아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유용합니다. 활발한 문화정책으로 서울을 방문하는 관광객 숫자를 1,200만명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서울시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디지털콘텐츠산업, 정보통신산업, 바이오ㆍ나노산업, 금융 및 서비스업, 의류패션산업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외곽 환승시스템 재정비 필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도심 승용차 진입 제한 정책은 계속 추진되는지. ▦단기적으로 구상하는 것은 제한책이 아닙니다.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시민들은 제한ㆍ금지ㆍ부담 등의 단어에 매우 민감합니다. 섣부르게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우선 시민들이 승용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될 만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정부와 도봉동, 분당과 양재동 등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곳에서 환승시스템을 정비해 서울에 굳이 차를 갖고 들어오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게끔 만들겠습니다. 도심 안에서는 ‘콜택시’ 기능을 활성화하고 승용차를 줄여 택시산업의 부담을 낮춰보겠습니다. 새로 신설된 맑은서울추진본부에서 교통수요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콜택시 기능의 활성화를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도심에 승용차를 가지고 나오는 것보다는 콜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승용차가 줄어든 자리에 ‘기사 딸린 자가용’으로서 콜택시가 활용되는 것입니다. 매년 정례적으로 택시 서비스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택시요금도 규제중심의 정책에서 탈피해 시장원리에 부합하는 요금체계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 중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관공서나 기업체 임원들이 승진할 때 으레 승용차를 구입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콜택시 이용권’을 부여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대기質 개선통해 外資 유치 -서울시가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의 투자가 절실한데 이를 위한 로드맵은. ▦지금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기질 개선, 대중교통체계 정비 사업들이 외국인 투자유치와 상관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ㆍ투자자ㆍ바이어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은 서울의 대기질이 안 좋고 차가 너무 막힌다는 것입니다. 도시의 경쟁력을 살리지 않으면서 투자만 바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외국인들의 아이들이 다닐 학교문제, 주거문제, 의료문제 등 의식주에서 일단 불편한 점이 없어져야 합니다. 강북 도심 부활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 대규모 업무단지가 만들어지면 분명 관심을 보이는 외국기업들이 생길 것입니다. 토대를 만들면서 투자유치를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열심히 세일즈만 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자치구 탄력세율 조정방안 지방세 50% 공동화가 최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치구의 탄력세율 조정방안에 대해서는 후보시절부터 '공동재산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동재산세는 현재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방안으로 재산세 중 일부는 현행대로 자치구가 알아서 쓰고 나머지는 한꺼번에 모아 25개 자치구에 공평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즉 부자 구의 재산세 일부를 가난한 구에 나눠줘 자치구간 재정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안이다. 오 시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의 원리에 따라 자치단체장에게 부여된 권한을 중앙정부가 개입하기보다는 지방세의 50% 공동화 방안을 토대로 자치구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강남구 같은 부자 구는 탄력세율을 낮춘다고 해도 재원의 여유가 있는 반면 중랑ㆍ도봉ㆍ노원 등 그렇지 않은 구는 탄력세율과 상관없이 늘 재원이 부족하다"며 "이는 단순한 탄력세율 조정문제가 아니고 근본적인 자치구간의 재정불균형ㆍ세원불균형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자치구의 탄력세율을 둘러싸고는 열린우리당ㆍ행정자치부ㆍ한나라당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자부는 자치단체에 특별한 재정수요가 있거나 재해 등이 발생해 세율조정이 불가피한 경우만 탄력세율을 적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열린우리당은 현행 상하 50%인 탄력세율 적용범위를 20~30% 수준으로 낮추고 선심성 탄력세율을 적용한 일부 지자체에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방교부세 배정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들은 일선 지자체들이 '지방자치 원칙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시행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 시장은 "공동재산세 방안에는 서울시 대부분의 자치구들이 동의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도록 서울시가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송파신도시 프로젝트 5년 연기 바람직"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송파 신도시의 경우 강북 뉴타운과 분양시기가 비슷하게 겹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북 뉴타운이 외면당할 수도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송파 신도시 프로젝트 추진에 반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주택문제에 관한 한 서울시의 목표는 강남북 주거수준 격차를 해소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관점에서 송파 프로젝트는 5년 정도 늦춰 강북 뉴타운사업과 중복되지 않도록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현재 서울의 광역교통망 체계는 송파 신도시 계획이 나오기 전에 결정된 것이라 지금 당장 신도시가 추진되면 교통혼잡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 압구정 일대의 스카이라인 조정 문제에 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선진국들처럼 조경미학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어가자는 것이지 당장 용적률이나 층고에 손대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오 시장은 "정부가 추진 중인 '경관법(가칭)'과 보조를 맞춰 5~10년을 안목으로 하는 장기 도시 디자인 계획을 수립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시청의 '도시디자인과'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문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 시장은 후보시절 밝혔던 '뉴타운사업본부'의 공사화 추진은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굳이 본부를 공사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이대로가 좋은지를 균형발전추진본부(균본)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안팎에서는 뉴타운사업본부의 분리 독립시 사업권을 줘야 하는데, 이는 기존의 SH공사 등과 역할이 중복될 수 있고 민간 주도의 뉴타운사업 추진 방침과도 상충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균본'은 오 시장이 이달 초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시정목표로 내걸고 취임하자마자 만든 3개 핵심 본부 중 하나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면서 강남북 균형개발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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