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FIFA-신발업체 화승] `월드컵' 상표전쟁

「월드컵」을 지키기 위해 근 5년여를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을 혼자만의 것으로 독점하려는데 맞서고 있는 회사는 ㈜화승. 이 회사는 「월드컵」이라는 상표로 신발을 만들고 있다. 화승이 FIFA와 갈등관계에 놓인 것도 바로 이 「월드컵」 때문이다. 화승은 75년부터 써오고 있는 이 상표를 더이상 사용하지 말라는 FIFA의 요구에 질 수 없다며 결국 법정까지 가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화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FIFA가 국내에 등록한 「2002월드컵코리아」라는 유치마크를 무효화시키겠다며 FIFA를 압박하고 있다. FIFA가 월드컵 상표에 제동을 걸어올 때마다 좋게만 해결하려고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화승이 「최상의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발단은 95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신발을 수출하기 위해 현지에 「월드컵」을 상표로 등록하려는 화승에 FIFA가 이의를 제기했다. 사우디에서는 소송절차가 워낙 오래걸리고 FIFA측도 이의제기 수준을 넘지않아 유야무야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한국이 월드컵개최국으로 선정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화승이 이미 만들어져 있던 월드컵상표의 시효기간이 지나 재출원하는 과정에 FIFA가 또 개입한 것이다. 그때가 97년 10월께. 격전지가 한국으로 바뀐 셈이다. 화승은 FIFA의 이의신청에 답변서를 내면서 동시에 「FIFA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화승은 2002년 월드컵유치마크가 걸려 있는 본게임에 앞서 「98 프랑스 월드컵」 유치마크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98」은 연도표시고 「프랑스」는 국가명이기 때문에 식별력이 없어 먼저 상표등록을 한 화승의 주장이 타당하다』며 화승의 손을 들어줬다. 「2002년월드컵코리아」를 무너뜨리기 위한 전초전에서 일단 기선을 잡은 셈이다. 물론 이에 불복한 FIFA가 상급인 특허법원(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2002월드컵코리아」는 더욱 대결양상이 복잡하다. 한국땅에서 앞으로 벌어질 행사이기 때문이다. FIFA는 지난달 국내 대리인인 김&장 법률회사를 통해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회에 월드컵유치마크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했다. 또 조직위원회에 직접 『화승과의 상표권분쟁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 두 당사자가 벌이는 싸움 이면에는 FIFA의 아집이 깔려 있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월드컵유치마크는 개최국이 결정되면서 용도폐기된 것이나 다름없고 상업적 사용 가능성도 전혀 없어 소송에서 이기고 지는 것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FIFA가 앞으로 있을 휘장사업등 마케팅활동에서 지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FIFA는 개최국 결정때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지적재산권의 전세계적인 배타적 소유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약속을 한국측으로부터 받아놓았다. 화승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발에 찍혀 있는 월드컵과 축구대회 월드컵을 혼동할 국민은 하나도 없다. FIFA는 25년간 사용해온 월드컵상표의 고유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부도후 재기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하느라 회사의 역량을 허비하는게 너무 아깝다. 이 피해는 어디서 보상받아야 하는 것이냐』며 원망하는 소리를 했다.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번 진 FIFA가 소송을 제기한 후 1,2차 소환이 있었지만 모두 연기됐고 다음달 13일 변론이 예정되어 있다. 이들이 원만한 타협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대법원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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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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