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초보 벤처사장의 창업 일기] (4)성비(性比)를 맞춰 채용하면 업무효율이 높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보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할 때 가장 큰 애로점 중 하나가 인력 채용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회사의 인지도가 낮고 급여가 높지 않아 좋은 인재를 모집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입니다.

저 역시도 신입 공채 직원을 모집할 때 크고 작은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위해 제가 그 동안 겪었던 작은 경험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인 통한 소개 보다는 공개 채용이 바람직

초보 사장들은 직원을 뽑을 때 의욕이 앞선 나머지 완벽한 인재를 찾고자 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은 생각하지 않고 능력이 뛰어난 지원자만 수소문하고 다니는 셈입니다. 과연 지원자 입장에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걸음마 수준의 벤처기업에 관심을 가질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사업하는 주변의 지인들은 아는 사람을 통해서 ‘스펙’이 좋은 인재를 소개 받고 채용 인터뷰를 하곤 합니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친분을 이용해 직원으로 스카우트 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수포로 돌아갑니다. 탁월한 능력을 지닌 지원자를 뽑으려면 그만큼 치러야 하는 대가가 크기 때문에 마지막 채용 과정에서 ‘조건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사업 초반에는 아는 분들을 통해서 개발자와 마케터 등을 소개 받고 인터뷰를 했습니다. 역시 사람 뽑는 게 제일 어렵다는 푸념이 나올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직원을 채용하는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저희는 지인들을 통한 직원 채용을 포기하고, 공개 모집이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작은 기업에서 공모를 하기는 참으로 어렵지요? 하지만 국내에는 잡코리아, 인크루트, 사람인 등과 같은 취업 포털이 있습니다. 그런 취업 포털을 통해서 원하는 인재를 공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취업 포털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회사의 상황과 조건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게 옳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초반에 공모를 했을 때 회사 상황을 있는 그대로 과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기술했습니다. 지원자가 채용 공고만 믿고 면접을 보러 왔다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실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의외로 지원자가 많이 몰리면서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기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취업포털에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지만,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초보 사장이라면 한번쯤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취업포털을 이용하면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회사의 채용 공고를 취업포털에 올리면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 채용 공고 내용이 검색되어 공유됩니다. 자연스럽게 회사 홍보도 함께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펙 보고 채용한 직원이 회사 핵심 기술 빼돌려


공개 모집을 통해 사람을 고를 때 어떤 측면을 고려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좋은 학교를 졸업한 우수한 ‘스펙’의 지원자를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그야말로 회사에서 ‘모셔야’ 하는 그런 직원 말입니다. 제가 교훈이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컴퓨터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한 지인이 들려준 실제 사례입니다. A대표는 실력 있는 개발자를 찾고 있었는데 공채를 통해 유명 대학을 우수하게 졸업한 인재 중 인재를 뽑고 무척 만족해 했습니다. 대기업에 취업해도 되는 인재였는데 중소업체에 입사했으니 왜 기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A대표가 간과한 것이 있습니다. 이 직원의 인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회사에서 3개월도 채 일하지 않았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사내 핵심 기술을 몰래 빼돌려 친구들하고 비슷한 회사를 차린 것입니다. 인재(人才)가 아니라 인재(人災)였던 것입니다. 형사 고소도 하고 소송도 벌이고 있지만, 법적인 문제는 생각보다 지난(至難)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됩니다. 울화병까지 얻어서 경영에 전념하지 못했으니, A대표가 입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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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믿었던 직원에게 배신을 당했고 그것도 자신이 직접 채용한 직원이었기 때문에 자책감이 더 컸던 것입니다. 채용 과정에서 스펙만 보고 너무 쉽게 사람을 뽑았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회사 대표라면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바로 인성(人性)입니다. 능력이 모자라면 일을 배워서 익일 수 있지만, 인성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화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저 역시도 사람을 뽑을 때 가급적 학력과 경력이라는 눈부신 스펙에 홀려 냉철한 판단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좋은 인재를 모집하는데 약간의 당근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스타트업 기업에 지원자가 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인재를 유인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스톡옵션을 제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조건과 내용은 면접과 채용과정에서 협의하면 되기 때문에 너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지원자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일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스톡옵션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인센티브가 실제 업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제한적이고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스톡옵션을 남용하거나 지분을 제공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돈만 보고 일하려는 직원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쉽게 떠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직원을 뽑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저는 채용 과정에서 제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관과 회사의 운영 철학을 정확하게 알리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책 2권을 상세히 소개했고, 회사에 대한 철학도 비교적 상세히 알리려 했습니다. 대표이사의 매력만으로도 직원들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 성비(性比)를 맞추면 업무효율이 높아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성별이나, 나이를 차별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 그러한 조건(남녀 구성원 간의 비율과 나이 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현재 지원들과의 조화와 궁합 등을 생각해서 성별과 나이 등을 잘 고민해 보고 채용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적시하면 채용과정의 디테일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구성원들이 대부분 남자들이라면 오히려 여성 직원을 채용해서 성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좋다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남자들로 팀이 꾸려진 회사의 경우 남자를 뽑아야 더 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런 생각은 단견(短見)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양성평등에 맞는 채용을 함으로써 조직의 활력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면 서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가령 남자 개발자는 남자 기획자와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싸우기 바쁘지만, 남자 개발자는 여성 기획자와 서로 원만하게 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업계 종사자 분들은 대부분 공감할 것입니다. 심지어 야근을 할 경우에도 여성 기획자가 추가 업무를 부탁하면 남자 개발자는 웃으면서 일을 돕기도 합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음양의 조화가 있어야 하는 것도 자연의 이치인 듯 싶습니다.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팀과 여성들로만 구성된 팀은 다른 조직에 비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 휴가, 복지 등은 사전에 대화로 확실히 매듭

채용이 마무리 되면 사용자와 노동자는 서로 연봉과 휴가, 복지 등에 대한 조건을 사전에 대화로 풀어보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법과 규정에 정해져 있는 조건은 당연히 법에 따라 지켜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의 경우 너무 조건만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법에서도 5인 이하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법에서 많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아직 체계를 잡지 못한 기업이기 때문에 법과 규정보다는 합리적인 대화로 풀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인재를 키우는 것이 사업의 요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의심가면 뽑지 말고, 뽑았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저 역시 아직 부족한 초보 사장입니다. 하지만 직원을 키우고 직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자세는 이병철 회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새삼 강조하면서 새내기 사장님들의 파이팅을 기원합니다.

/안길수. 벤처기업가. (주)인사이트 컴퍼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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