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400만kW대 오르락내리락… 한때 "순환단전 가나" 초긴장

■ 이른 아침부터 긴박했던 전력거래소<br>최악 전력대란 예고 속 발전소 가동중단 잇따라<br>오전 10시 57분 경보1단계 '준비' 발령<br>윤상직 장관 불시 방문 전력 상황 긴급점검<br>오후 3시 넘어서며 예상보다 수요 줄어


국내 전력수급의 컨트롤타워인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는 12일 이른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날도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011년 '9ㆍ15 전력 대란' 이후 최악의 전력 고비가 찾아올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진ㆍ서천의 화력발전소들이 전날 밤부터 고장으로 잇따라 가동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전력거래소 내부에서는 "정말 순환 정전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등 전력 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한전 사무실을 사실상 폐쇄하고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절전 협조를 요청하게 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전화기를 붙들고 대기업들에 절전 규제에 최대한 참여해줄 것을 거듭 호소하고 나섰다.

오전 10시57분 예비전력이 500만kW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20분간 유지되자 조종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이 전력수급 경보 1단계 '준비' 단계를 발령했다. 본격적으로 비상상황이 시작된 것이다. 10여분 후 윤상직 산업부 장관도 예고 없이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찾아 전력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돌아갔다.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를 받던 윤 장관은 기자들에게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심 시간 이후 잠시 숨을 돌리는 듯했던 전력 사정은 오후2시 이후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700만kW가 넘는 비상전력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비전력은 꾸준히 400만kW 초ㆍ중반대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오후3시 최고치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력 수요는 예상보다는 상당히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전력 당국은 당초 오후3시 전력 수요가 8,050만kW까지 상승해 전력수급 경보 '주의(예비전력 300만kW~400만kW)' 단계가 발령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수요는 7,970만kW 수준에서 머물렀다.

관련기사



이날은 대기업들이 휴가에서 복귀하고 폭염 누적 효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날부터 전력 위기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진데다 기업들이 대규모로 전기를 절약하며 수급 사정이 그런대로 양호하게 유지된 것이다.

조 센터장은 "기업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절전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생각보다 수요가 줄어든 탓에 전력수급 상황이 최악의 고비를 무난히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당국은 이날 기업 절전규제, 주간예고, 전압조정, 수요자원시장 등 다양한 수요관리 대책을 총동원해 707만kW 수준의 비상전력을 확보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절전규제 실적은 지난주에는 230만kW 수준에 머물렀으나 이날은 323만kW를 기록해 전력난 극복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당국은 폭염이 이어지는 14일까지는 매일같이 이 같은 대규모의 수요관리 대책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들이 출력을 한계치까지 높이면서 고장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11일 밤 고장으로 멈춰선 50만kW 급 당진 화력발전소 3호기의 경우 이번주 내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순환 단전까지는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발전기가 단 하나라도 추가로 가동을 멈추면 예비력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