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피성 자본유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에 국경이 없는 글로벌 시대에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 돈을 굴리는 것보다 외국의 주식ㆍ채권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경우 수익이 좋은 쪽으로 돈이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또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유학을 가는 사람이 늘면서 이에 따른 경비지출이 증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합법적인 절차와 경로를 통해 나가는 돈이 아닌 도피성 자금 유출이다. 변칙ㆍ불법적으로 빠져나간 이런 돈들은 현지에서 부동산 매입에 사용되거나 소비돼 국부유출이나 다름없고 우리경제의 핵심 현안인 내수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자금 유출이 규모가 적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경계심을 늦출 일은 아니다.
내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은 많이 있다. 미국 뉴욕과 LA 등지에서는 내국인의 부동산 구입 열기로 웃지 못할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LA 교민사회에서는 ‘한국의 돈이 모두 LA로 몰려온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또 이렇게 몰려온 돈이 세탁소ㆍ슈퍼 등 물건의 형태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쪽으로 몰리는 바람에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해 현지 교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ㆍ호주ㆍ뉴질랜드 등의 부동산 매입 붐도 뜨겁고 일본의 골프장을 구입한 사람도 꽤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 골프장업계에 비밀이 아니다.
물론 이들 부동산 매입은 변칙적이고 편법에 의한 것이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경우 한국은행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데 지난 98년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된 후 지금까지 신고건수는 단 한 건도 없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부동산 취득 신고가 전무하다는 것은 유학경비 명목의 송금, 현지 금융업체로부터의 대출 등 자금출처나 용도를 의심 받지 않고도 쉽게 돈을 빼돌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같이 합법을 가장한 변칙적인 외화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속만으로 이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돈이 해외로 자꾸 빠져 나가려는 이유를 잘 헤아려 이를 해소하는 것이 보다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금의 해외유출은 무엇보다 돈 있는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돈은 놀라면 숨게 마련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말했듯이 부자들이 마음 놓고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도, 사회분위기도 그런 방향으로 조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