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펀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ㆍKorea Corporate Governance Fund) 출범 이후 대한화섬의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사회책임펀드(SRIㆍ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SRI펀드는 지배구조가 모범적인 우량회사나 환경친화 경영으로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일부 펀드는 지배구조 때문에 저평가된 회사에 투자한 뒤 주주권리를 행사해 기업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이들 SRI펀드는 최근 편입종목의 주가 상승으로 수익률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펀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하고 수익도 올리는 ‘꿩먹고 알먹기’인 셈이다. ◇증권ㆍ자산운용업계 SRI펀드 붐 분다= 10월 들어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은 SRI펀드를 내놓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자산운용과 산은자산운용은 이달 중에 각각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등을 통해 SRI펀드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국투신운용과 KB자산운용도 관련 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농협CA투신운용은 지난 8월 NH투자증권을 통해 ‘농협CA뉴아너스CLASS’펀드 A와 B를 선보였고, 채권과 해외SRI펀드를 혼합한 펀드도 내놓을 방침이다. SH자산운용도 지난해 말 ‘Tops 아름다운종류형주식1’ A와 B를 선보인 후 설정액이 1,100억원을 넘어섰다. SRI펀드의 원조격인 국민연금은 템플턴자산운용과 알리안츠자산운용을 통해 SRI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연내 SH자산운용, 농협CA투신운용, 코스모투자자문을 통해 1,500억원 규모의 SRI 펀드를 추가로 내놓을 방침이다. ◇SRI펀드 수익률도 양호해=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SRI펀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4.69%(장하성펀드 제외)를 기록,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4.45%)을 웃돌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의 위탁을 받은 알리안츠의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G-1(CLASS I) 펀드는 최근 1개월 수익률이 7.02%를 기록하고 있다.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펀드 CLASS A 펀드도 1개월간 6.92%의 수익률을 올렸다. 또 SH자산운용의 TOS아름다운종류형주식1-A는 지난해 11월15일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13.62%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9.37%)을 크게 웃돌고 있다. SRI펀드의 역사가 오래 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SRI펀드의 수익률이 중장기적으로 좋은 편이다. 유럽 사회책임펀드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FTSE SRI지수는 5년이상 장기투자에선 일반펀드 수익을 앞섰고, 99년 출범한 미국 다우존스 지속가능성지수는 다우존스 지수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SRI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우량주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한 수익률을 낸다”며 “4ㆍ4분기에도 SRI펀드가 하나의 테마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SRI 펀드를 곧바로 장하성펀드처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직접 뛰어들어 대박을 내는 것으로 혼동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현철 한국펀드평가 연구원은 “SRI펀드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사회적 책임 등 공익성을 고려하긴 하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더 따진다”며 “업종 대표주나 우량주로 펀드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다른 우량주펀드와 특별히 차별화되는 점은 아직까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