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6월 10일] 그들은 머슴일까?

“머슴이 주인 명령에 따라야지 다른 수가 있나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의 폭로성 발언 등으로 뒤숭숭했던 지난 주말. 어김없이 사무실로 출근한 한 고위 공무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휴일 근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섬기는 주인이 정작 국민이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제”라는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고위공직자에게서 왜 저런 반응이 나올까 고민하다 보니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인의 또 다른 말이 떠올랐다. 그는 수도권에서 알루미늄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를 처음 만났던 때는 새 정부 출범 직후였다. 기자가 “머슴론이 포퓰리즘 성격이 짙지 않냐”고 하자 그는 “기자는 잘 모른다. 공무원은 좀 더 고생해야 된다. 일하는 대통령을 제대로 뽑은 거다”라고 이명박 정부를 적극 옹호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그의 말은 너무 달라져 있었다. “머슴론이 진짜 국민을 위하는 건지 모르겠다. 국민이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고 불안해 하고 힘들어 하는 데….” 한때 국민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머슴론’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대통령과 현 정부 실세들이라 일컬어지는 인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권력 게임을 하면서 공무원들에게만 머슴론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권력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볼썽사나운 이 대통령 측근들의 암투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관가에 정설처럼 알려진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어느 누구에게 권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면서 부하들로부터 충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모두 국민보다는 위쪽을 쳐다보는 구조다. 장ㆍ차관들조차 국민의 의중보다는 권부 핵심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안테나를 총동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국무위원 중에 국가경제를 위해 그나마 신념을 갖고 행동하는 인사가 고작 1~2명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나올까.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공무원 머슴을 부리는 주인은 권력’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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