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외환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국민은행 임원들과도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의 외환은행 매각 개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올해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 추진에도 이른바 `이헌재 사단'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있으나, 국민은행측은 호사가들의 억측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 이 전 부총리, 2003년 국민銀도 자문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헌재 전 부총리는 재경부장관직에서 물러난 후인 2002년말부터 2004년2월 경제부총리 입각 전까지 국민은행의 고문을 맡았다.
이 전 부총리는 당시 국민은행으로부터 자문료 성격으로 월 500만원씩을 받은 사실이 사후에 알려지는 바람에 사퇴 압력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청와대에서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내려 무마된 바 있다.
그러나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2003년9월 국민은행과 국민카드간 합병 과정에서 이뤄진 분식회계 문제로 행장직에서 물러난 것과 관련해 이 전 부총리의 기여설이 제기되는 등 국민은행에 대한 이 전 부총리의 영향력이 회자되곤 했다.
김 행장 후임으로는 이 전 부총리의 고교 후배이면서 김&장에서 함께 고문으로 근무한 적 있는 강정원 현 행장이 취임했다.
◇ 씽크탱크 등으로 인연 유지
국민은행과의 인연은 이 전부총리의 사설 싱크탱크로 알려진 코레이(KorEI)나 이 전 부총리가 사장을 지낸 한국신용평가 등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전 부총리의 사촌동생인 이윤재 전 청와대 경제비서관이 대표로 있는 KorEI에는 이성규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올 2월부터 CKO(최고지식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KorEI에는 2001년6월 설립때 이사장을 맡았던 이 전 부총리를 비롯해 국민은행의 김기홍 수석부행장, 김지홍 전 이사 등이 거쳐갔다.
최동수 국민은행 부행장과 국민은행 투자증권인수사무국장을 지낸 최범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 등은 이성규 전 부행장과 함께 이 전부총리가 대표를 역임한 한신평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은행 감사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친 이성남 금융통화위원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 2006년 재매각 입김설도 제기
검찰 수사에서 이 전 부총리가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부당한 개입을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올해 국민은행과 외환은행간 합병에도 이 전부총리의 입김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부총리가 국민은행 고문이던 시기와 2003년 외환은행 매각관련 법률 자문을 담당한 김&장의 고문을 맡았던 시기가 상당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이 오래전부터 이헌재 사단 등에서 구상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며 "외환은행매각 관련 세밀한 조사를 위해서는 김&장은 물론 국민은행과 인연에도 관심을 가질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측 한 관계자는 "대한민국 은행장 등 고위임원치고 재경부장관과 금감위원장을 거친 이 전 부총리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이 전 부총리와 국민은행을 연결시키는 것은 말하기 좋아 하는 사람들의 억지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