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에너지정책, 현실 괴리되면 곤란


여섯 살 된 딸아이가 하나 있다. 평소 유아용 TV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데 특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로보카 폴리'다. 변신 자동차 로봇 4총사가 위험에 빠진 마을을 구한다는 내용의 교육 만화로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얼마 전에는 '폴리'어린이 뮤지컬 공연도 열려 함께 관람했다. 에너지를 흥청망청 쓰는 바람에 위험에 빠진 마을을 주인공이 개발한 '태양광 모형비행기'를 이용해 '풍력발전기'를 고쳐 돌리면서 위기에 처한 마을과 주민들을 구해낸다는 스토리다.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자원의 중요성과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을 일깨워주니 아이라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좋았다.


자원은 부족하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면서 에너지 절약은 남녀노소를 불문한 전국민적 실천사항이 되고 있는 듯하다. 가정에서는 물론 정부와 기업들도 에너지절약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지구의 시간(Earth Hour), 소등 캠페인'도 매년 열리며 시민들의 참여도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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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 에너지 절약 캠페인으로 '국민발전소'와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를 각각 꼽을 수 있다. 국민발전소는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면 전력수요가 그만큼 줄어드니 발전소를 하나 세울 수 있는 효과를 상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전 하나 줄이기'는 왜 특정 발전원을 찍어 명명된 것일까.

사실 에너지는 호불호(好不好)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유독 '원자력'에 대해선 선입견이 상당하다. 지난 40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지금 이 순간도 전력의 3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원전을 줄여야 할, 더 급직전으로는 폐쇄해야 할 불필요한 대상으로 부지불식간에 인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올해는 향후 20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Mixㆍ배분 구조)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에너지 정책은 산업 구조와 전력수급 여건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결정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 실정에서 원자력을 떼놓고 에너지 정책을 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에너지의 소중함과 절약의 필요성만큼 우리 실정에 맞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생각이 함께 움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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