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침체 탈출구 찾는 한국]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 고물가·저성장 고착 가능성도

■ 작년 3.6% 저성장<br>2년만에 성장률이 물가상승률 아래로 내려가<br>대외 불확실성 여전한데 물가상승 압박 고조



예상은 했지만 성장률(3.6%)이 물가상승률(4.0%)을 넘어서지 못했다. 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밑돈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2년 만으로 그 차이도 적지 않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실물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탄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ㆍ4분기만 놓고 보면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설비 및 건설투자, 수출, 수입 등 거의 모든 거시경제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올해의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3.7%)는 지난해의 전망치(4.3%)보다 낮다. 정부는 올해의 경우 복합위기 가능성을 제기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이 3% 초반의 GDP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연유에서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을 반영하듯 일각에서는 1ㆍ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저성장ㆍ고물가' 기조가 굳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나중혁 IBK증권 연구위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고 물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1ㆍ4분기 성장률이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ㆍ투자ㆍ수출, 모든 게 나빴다=지난해 실질 GDP는 3.6%로 2010년(6.2%)에 비해 성장률이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성장을 견인할 소비는 물론 설비투자ㆍ수출 등 모든 지표가 나빠진 게 결정적이었다. 민간소비 증가율(2.2%)과 설비투자(3.8%)는 당초 전망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건설투자의 감소세(-6.5%)는 확대됐다.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해온 수출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에서 2010년 14.5%로 뛰어올랐으나 다시 10.0%로 증가세가 꺾였다. 4ㆍ4분기만 놓고 보면 경제성장의 위축 정도는 더욱 뚜렷해진다. 민간소비(-0.4%)와 설비투자(-5.2%), 수출(-1.5%), 수입(-3.1%) 등이 전 분기보다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4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저조한 것은 유럽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설비투자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영향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지 여부가 올해 1ㆍ4분기 성장을 좌우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성장ㆍ고물가 고착화되나=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3ㆍ4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하면서 당초의 연간 전망치 4.3% 달성이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4ㆍ4분기는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런 전망은 빗나갔다. 4ㆍ4분기 GDP 성장률은 0.4%로 3ㆍ4분기 0.8%의 절반에 그쳤다. 김 국장은 "위기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가 약간 과잉 반응한 측면도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소비와 투자 위축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그러면 올해는 좀 나아질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은 지난해와 같다. 미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는 등 회복의 기미는 있지만 유럽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반면 이란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물가상승 압박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해외변수가 우리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그림자가 언제 걷힐지 모르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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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 관계자는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경기회복 속도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칫하다가는 고물가ㆍ저성장의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목하는 게 1ㆍ4분기의 성적표다. 한은은 1ㆍ4분기 GDP 성장률이 나아질 수 있다고 긍정하는 분위기다. 김 국장은 "4ㆍ4분기가 상대적으로 낮아 기저효과로 1ㆍ4분기 성장률이 생각보다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한은의 예측이 맞으려면 세계경제를 덮고 있는 유럽 사태 '불확실성'이 걷혀야 하고 수출이 늘면서 물가 역시 안정돼 소비가 증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세계경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어서 수출전선이 불안하다"며 "당분간 수출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의 긍정적인 기대가 또 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임 위원은 "내수 역시 동력을 받을 만한 요인이 적은 만큼 올해 1ㆍ4분기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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