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럽은행 M&A 국경이 없다

금융산업 국가간 장벽 세계화로 파괴"유럽지역의 주요 은행들은 국경을 넘어선 은행 통합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은행들도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합니다."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기자단이 방문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은행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은행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생존의 조건'이라고 충고했다. 세계화로 금융서비스의 국가별 장벽이 무너지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한국 은행들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적합한 '규모'와 '품질'을 갖춰야 한다는 한결 같은 지적이었다. 합병 국민은행 출범 원년을 기념해 국민은행과 함께 방문한 유럽 주요국 은행들의 변화를 점검해봤다. ▶ 유럽 은행들의 키워드는 '통합(consolidation)' 지난 95년부터 시작된 은행간 합병은 98∼99년 정점을 이루면서 자국내 은행간 합병에 머물지 않고 EU지역 통합을 계기로 인접 국가 은행간 합병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영국 TSB그룹과 로이드뱅크의 합병이 지난 95년 성사된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 산 파올로- IMI(1998), 스페인 BS-BCH(1999), 프랑스 BNP-파리바(2000) 등 지난해까지 22건의 은행간 합병이 진행됐다. 방카슈랑스 등 금융규제 완화, 국경을 넘어 어디서나 금융서비스를 받으려는 금융소비자들의 행동양식 변화, 잉여조직 축소를 통한 시너지효과 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합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 BSCH는 지난 99년 스페인 1위의 BS와 3위인 BCH가 통합해 총자산 세계 15위, 유럽 3위의 대형은행으로 변신했다. BSCH는 합병시 본부기능은 신속하게 통합해 하나의 상품개발 체제를 갖추면서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합병후에도 두 은행이 경쟁적이고 독립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멀티브랜드 전략'을 현재까지 펴고 있다. 지난 85년 개인ㆍ중소기업 중심 은행으로 출범한 포르투갈 BCP도 지난 95년 당시 자산 기준 4위 은행으로서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2위인 BPA를 인수, 포르투갈의 실질적인 대표은행으로 발돋움했다. BCP는 소득이나 고객 행동양식에 따라 시장을 세분화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개척은 물론 적대적인 기업 인수에도 대비하고 있다. 세계적 금융그룹인 프랑스의 BNP파리바는 지난 99년 BNP그룹과 파리바그룹간 합병으로 유럽시장에서 최고의 영업기반을 구축한 뒤 아시아지역 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닦아나가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BNP파리바는 '프로젝트 2005''라는 장기비전을 통해 ▲ 교차판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성장 ▲ 지속적인 비용.리스크 관리 ▲ 효율적인 자본 운용 ▲ 원칙에 입각한 합병전략 등을 통해 2005년까지 자본규모를 22% 늘리는 공격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BNP파리바 필립 아규니에 IR.자금담당 부행장은 "합병에는 문화, 민족, 조직적인 문제와 가치평가상의 쟁점들이 있다"며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들은 현 시장점유율을 뛰어넘고 국내적 통합이 한계에 이를 경우 성장을 위해 국가간 은행통합 필요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은행들은 새 고객 확보, 범 유럽시장 형성, 대형화에 따른 IT(정보기술) 등 비용절감 효과와 새로운 전략적 기회 포착 등 잠재적인 합병관련 이익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은행 대형화는 가치창출이 관건 유럽 은행들의 이같은 합병에 대한 앞선 경험들은 오는 11월 합병 1주년을 맞는 국민은행은 물론이고 국내 은행들에도 합병을 비롯한 대형화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 대형은행의 전략가들은 앞으로도 은행통합이 규모의 경제 실현, 리스크 분산, 전략적 기회포착 증대 등을 위해 다양하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들은 은행 합병을 통한 대형화에는 고객 이탈로 인한 영업손실, 조직갈등 등 적지 않은 합병비용을 감수해야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는 것 만으로는 이같은 부담을 넘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맥킨지사의 임원급 파트너인 마트 베키어씨는 "세계적으로도 10위권 안팎의 대형은행들은 활발한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순위에서 뒤진 은행들은 다시 올라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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