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버스정류장 점령 얌체택시… 시민안전 뒷전

"1㎜ 움직였으니 불법정차 아니에요"<br>10m 이내 주정차 금지됐지만 운전자 반발 심해 단속 어려워<br>2차선 도로 하차 승객 잇단 사고

지난 18일 광화문 부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2차선 도로까지 걸어나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정류장 앞 도로를 차지한 택시들 때문이었다. 도로 위에는 '버스'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지만 택시기사들은 아랑곳 않는 표정들이었다.

한 시민은 "영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택시가 버스정류장을 차지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며 "버스를 타려고 도로로 나갈 때마다 차가 달려들지는 않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버스에서 내리던 박모씨가 택시에 치여 중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정차 중이던 택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2차선 도로에서 내린 것이 원인이었다.

버스정류장을 침범하는 택시들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법의 허점을 악용하는 일부 택시들과 단속 근거 미비로 사실상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버스정류장에 일반 차량이 주ㆍ정차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도로교통법 32조는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를 표시하는 기둥이나 판 또는 선이 설치된 곳으로부터 10m 이내'를 일반 차량 주ㆍ정차 금지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버스정류장에는 버스 외에는 (어떤 차량도) 정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에 불법 주ㆍ정차를 하는 택시가 얼마나 되는지는 따로 집계한 수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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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버스정류장을 포함한 전국의 주ㆍ정차 위반 단속 건수는 1만7,014건이었고 2012년에도 1만3,216건에 달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단속한 실적은 이보다 훨씬 많다. 영등포구청의 경우 주ㆍ정차 위반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가 지난해 11만577건, 올 상반기에만 6만2,157건에 이른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일회성으로, 몇 분간 차를 정차한다고 해서 모두 적발하지 않고 단속 할 수도 없다"며 "10~15분 넘게 움직이지 않는 차량들을 주로 단속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업차량이 불법 주ㆍ정차 단속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택시를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 주차나 정차는 모두 차가 멈춰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일부 택시 기사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으니 주ㆍ정차가 아니다"라며 발뺌을 하기 때문이다.

주ㆍ정차 단속을 나간 경험이 있다는 한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을 하다 보면 1㎜씩 움직이고 있다며 어깃장을 놓는 택시기사들을 만나기도 한다"며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워 계도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운전자들의 반발이 심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동조치만 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택시들이 합법적으로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전용 정류장이 적고 활용도도 떨어져 이 같은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담당 기관들은 비용 문제 등으로 택시 정류장 확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정류장을 만들려면 주변 교통 소통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곳을 찾기가 어려운데다 일단 택시 정류장을 만들면 택시들이 더 많이, 오래 정차해 있기 때문에 섣불리 택시 정류장을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번화가의 비싼 땅값도 택시정류장을 쉽게 늘리지 못하는 이유"라며 "필요하면 만들어 주는 것이 맞겠지만 지자체들이 감당하기에는 비용 부담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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