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ISIS, 칼리프체제 부활 선언… 극단주의 세력 확산되나

조직명 '이슬람 국가'로 변경

시리아 북서부~이라크 동부 통치

서방국가·알카에다와 전쟁 선포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는 급진 수니파 이슬람 무장조직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칼리프 체제 부활을 선언했다. 국제사회는 ISIS의 이 같은 선언에 이슬람 지하드(성전)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ISIS는 29일(현지시간) 홈페이지·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 자신들의 조직명을 '이슬람국가(the Islamic State)'로 바꾸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3·사진)를 칼리프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자문기구인 슈라의 논의 결과 칼리프제 부활을 결정했으며 칼리프가 다스리는 이슬람국가는 모든 무슬림의 꿈이자 지하디스트의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들의 통치지역이 시리아 북서부 주요 도시인 알레포에서 이라크 동부 디얄라주에 이른다며 칼리프의 권한이 미치는 지역에서는 다른 권력의 합법성이 무효화된다고 덧붙였다.


칼리프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의 뒤를 이어 이슬람교를 수호하고 이슬람 공동체를 통치하는 최고지배자를 일컫는다. 632년 이슬람 부족회의를 거쳐 초대 칼리프인 아부 바크르가 선출된 이래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칼리프 국가가 이어져왔다. 1517년 오스만튀르크제국이 이슬람권 최대 국가로 떠오르며 칼리프 권좌는 지금의 터키로 옮겨갔고 1924년 터키공화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칼리프제를 공식 폐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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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칼리지런던의 피터 노이만 교수는 ISIS의 칼리프 국가 수립이 가진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ISIS는 이날 선언으로 서방국가는 물론 자신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모든 국가·단체, 특히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이라며 "지하디스트들의 궁극적 목표인 칼리프 국가 수립을 현실화함으로써 이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500명이 넘는 영국계 수니파 신자들이 ISIS의 싸움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찰스 리스터 브루킹스도하센터 객원연구원은 "합법성을 떠나 ISIS의 칼리프 국가 선언은 9·11테러 이후 국제 지하디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 옛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국제지하디즘운동을 주도했던 알카에다의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ISIS의 칼리프로 추대된 알바그다디는 오사마 빈라덴 휘하에서 성장했으며 빈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 후계자인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대한 충성서약을 거부한 채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미국 정부는 그에게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한편 ISIS가 시리아와 이라크의 기존 국경선을 무시하고 지배권을 주장하면서 시리아 반군에 속한 자브하트 알누스라 등 알카에다 분파들과의 대립도 더욱 격화하고 있다. 알누스라의 동맹조직인 '이슬람군대'는 29일 ISIS 주요 지휘관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 주민을 인용해 ISIS가 이라크에서 노획한 헬기와 군용차를 시리아로 옮겨 알누스라와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ISIS의 칼리프 국가 선언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아랍 지역 국가들에는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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