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락하는 대외신용(사설)

한보사태로 인해서 우리나라 은행과 기업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노출, 안팎으로 곤욕을 겪고 있다. 그 가시적인 현상중 하나가 자금조달의 애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나라안에서는 정부가 돈을 풀라고 하지만 은행이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기업의 돈가뭄은 더욱 심화되어 연쇄부도의 조짐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하루하루 넘기기가 힘겹다. 거기에 시중실세금리도 올라 경영환경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밖으로는 국내은행과 기업의 신용도가 추락, 해외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어가고 있다. 한보사태가 터진후 일본의 금융가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 미국 유럽 금융시장으로 확산되었다. 한보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국제 신용평가 기관에서 요주의 대상으로 분류된데 이어 신용등급을 낮출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 금융시장에서도 우리나라 은행에 대해 여신상황·자산운용·건전성 등 특별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해외 차입조건이 악화되었다는 뜻이다. 차입조건이 나빠졌다는 것은 금리가 높아지고 대출한도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미국 유럽은행들은 한국의 은행과 기업에 대출할 때 종전보다 0.1∼0.2%의 가산금리를 덧붙이고 있다. 금리가 오른 만큼 경쟁력이 뒤처지고 신용도가 낮아진 만큼 해외에서 경영하기가 어려워질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일이 어디 한보사태 때문만 이겠는가.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때에 한보사태가 불을 지른 것이다. 부풀어 오르기만 하는 무역적자, 경상수지 적자, 1천억달러가 넘는 외채, 외환보유고의 격감, 약화되어가는 산업경쟁력, 낙후된 금융산업, 움츠러든 경영의욕 등 복합적인 요인이 위기의 바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OECD국가에 걸맞는 국제위상을 찾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 길은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첫 걸음은 우선 한보사태로 비틀거리는 경제를 빨리 수습하는데 있다. 우왕좌왕하는 정책의 줏대를 잡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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