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기업 CEO들이 본 하반기 한국경제

"낙관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주한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경제가 사실상 올해중에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 일부 순탄한 흐름을 탈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도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다만 이 기간중 기업 구조조정 등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체질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각종 규제들을 완화시키며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병행한다면 한국경제가 경기 회복기에 빠르고 효율적인 탄력을 얻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국기업 CEO들은 한편 유통시장과 시스템통합(SI) 등 정보통신 분야만큼은 하반기부터 회복돼 3ㆍ4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윤경희 ING베어링 서울지점장 오는 4ㆍ4분기부터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리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노사관계도 변수다. 또한 경제 각 분야의 대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미국경제 회복이 초미의 현안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미국경제의 흐름을 조심스럽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경제체제의 선진화가 선결돼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경제체제의 선진화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경제를 바라볼 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다.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이 속히 매듭지어져야 할 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도 선진화돼야 하고 주요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경영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도 요구된다. 금융 경쟁력 역시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하반기 한국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연계성이 갈수록 높아져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따라서 멕시코나 브라질 등 남미의 다른 이머징 마켓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볼보트럭코리아-한영철 사장 올 4ㆍ4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된다는 전망은 다소 무리가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대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 경제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에 한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의 회복은 내년 초에나 기대할 수 있다.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트럭 시장도 움츠려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수입 트럭의 점유율이 높아지긴 했지만 이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트럭 가격이 오른데다가 유가 상승으로 엔진 연비가 높은 수입 트럭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앨런 팀블릭 마스타카드코리아 사장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도 안될 수 있다는 예측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지나치게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제가 예년 수준을 밑돌고 있고 한국 경제가 사실상 이 두 시장의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5% 이상의 성장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세계 다른 국가들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경제가 전반적인 세계 경제 추세와는 달리 고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한국은 대규모로 내수를 촉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자국내 경제활동을 성숙시켜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소비촉진이 이루어 진다면 하반기 한국경제 전망은 어둡지만은 않다고 본다. ◇탐 오라일리 로크웰 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 한국경제는 올 3ㆍ4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제2의 IMF 위기설은 지나친 기우다. 물론 올 초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회복의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지만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기지개를 켤 것이다. 일반 소비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과 주요 대기업이 여전히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경기회복의 좋은 신호다.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한국경제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 특히 올 미국의 반도체시장 등 제조업 부문으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다만 미국 제조업은 내년 2ㆍ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이 보다 앞서 내년초부터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성욱 컴팩코리아 사장 올 하반기 경제상황이 상반기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시장만 놓고 보면 비관적이지 않다. 개인기기 시장은 새로운 무선 이동통신 수단으로 떠오르는 포켓PC(PDA) 제품과 노트북의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 특히 PDA에서 쓸 수 있는 응용 소프트웨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포켓PC는 점차 저변을 넓히고 있다. 기업용 시장도 대용량 저장공간에 대한 수요와 함께 스토리지, PC 서버 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시장 역시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전망이다. 대체로 전세계적으로는 11%, 국내에서는 15.8%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이창호 커머스원코리아 지사장 최근의 경기 침체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IT산업의 위축이 한 핵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간(B2B) 전자상거래가 최근까지도 실제보다 과대포장 되어 있지 않은가하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들의 전자상거래 도입 실례들을 살펴본다면 'B2B는 대세'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든다. 실제로 일본의 NTT 커뮤니케이션스는 e마켓플레이스 도입을 통해 60% 이상의 비용 절감효과를 보기도 했다. 올해의 기술 성장 곡선이 작년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해도 하반기 국내 전자상거래는 여전히 강력한 상승 무드를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카스기 노부야 한국후지제록스 회장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해외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무역국가라는 점에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올해 해외 직접 투자가 위축되기 시작했고 주식시장도 저조한 상황에서 국내 소비마인드마저 위축돼 염려스럽다. 한국과 일본은 상호 보완, 협력을 통해 세계 불황에 대처해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은 반면 최근들어 교과서문제 등 양국간의 정치적 마찰 등으로 일본 관광객이 방한계획을 취소하는 등 우호협력의 분위기를 해치는 요소가 등장해 안타깝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불황의 영향으로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와 컴퓨터가 저조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플라즈마, 패널(배전반), 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 등 한국기업이 내세울 만한 분야에서는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윤문석 한국오라클 사장 올 하반기 경기 전망이 썩 밝지 않다. 하지만 각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효율적 고객관리, 매출 증대 등을 위해 e비즈니스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된다. 각 기업들의 데이터베이스 신규 도입과 업그레이드 작업이 하반기에 집중되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기업자원관리(ERP) 수요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또 '1만개 중소기업 정보기술(IT)화' 사업의 확대 실시에 따라 관련 컨설팅과 소프트웨어ㆍ하드웨어 등의 추가 수요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펼쳐지면서 산업별 업종별 경기회복시기에 대한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국제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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