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엔터업체 M&A의 그늘

지난 18일 국내 최대 음원 서비스 '멜론'을 보유한 음악 콘텐츠 기획·유통 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0%를 150억원에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걸그룹 씨스타가 소속된 회사로 최근 급격한 성장세가 두드러진 중견 연예기획사를 인수한 것이다.

올해 8월에는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SM C&C가 인피니트 소속사인 울림엔터테인먼트를 합병했고 9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IHQ가 165억원에 비스트와 포미닛 소속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 지분 50.01%를 사들였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중소업체를 사들여 덩치를 더 키우는 모양새다. 피인수 회사들은 대형사 브랜드의 도움으로 해외진출을 겨냥한다고 한다. 업계는 앞으로 대형 회사들이 유명 스타들을 대부분 보유하는 형태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중국이나 아시아, 세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일견 바람직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활발한 M&A 이면에 내재된 우려도 한번쯤 찬찬히 곱씹어 볼 때다. 덩치를 키우는 회사들은 모두 피인수 기업이 가진 색깔을 그대로 가져가는 음악 레이블(비슷한 음악 장르를 지향하는 뮤지션들을 모아 음반을 제작하는 회사나 조직) 체제로 운영해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형 회사에 M&A된 뒤 독립 레이블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도 모회사의 그늘에서 얼마나 독자적 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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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굳어진 엔터테인먼트계 열강 구도를 뒤흔들 만한 참신한 중견기업이 등장했다고 기대를 모을 즈음 대형 기획사와 손잡고 한솥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같은 트렌드가 주를 이루면 이룰수록 중소 인디 레이블이나 인디 기획사의 존립은 더욱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중간다리 역할을 해줘야 할 중견 기획사가 큰 우산(대형 기획사)에 편입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덩치 키우기에 나선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활발한 M&A 이면에 가려진 그늘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고민할 때다. 획일화에 대한 우려가 부디 기우에 그칠 수 있도록 콘텐츠 다양화에 대한 약속을 제대로 지켜야 엔터산업이 더욱 커지고 풍부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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