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1,776만 이용객의 의미

경기도 ○○골프장 회원인 최모씨. 지난 가을 지인들과 주말 라운드를 즐긴 그는 다음날 휴대폰에 날아든 문자메시지에 얼굴을 찌푸려야 했다. ‘전일 클럽하우스 이용이 저조하니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CC.’ 최씨는 식음료 등 매출이 적은 회원에게 부킹에서 불이익이 가해진다는 소문이 퍼뜩 떠올랐다. 지난해 전북의 한 골프장. 이 골프장 오너이자 모(母) 기업의 회장은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미리 부킹도 하지 않은 채 가족들과 함께 애완견까지 데리고 골프를 한 사실이 알려져 회원들과 네티즌들의 빈축을 샀다. 연간 이용인원 2,000만명 시대를 바라보는 국내 골프장에 아직도 남아 있는 부끄러운 단면들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1일 전국에 운영 중인 224개 골프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골프장 이용객은 1,776만6,97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여곳의 군(軍) 골프장과 산재해 있는 ‘파3 골프장’ 등 이번 집계에서 빠진 곳을 포함하면 2,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많은 중복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골프 인구는 최근 수년간 폭발적인 증가를 보여왔다. 국내 양대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338만7,843명)와 프로축구 K-리그(287만3,351명)의 지난해 연간 총관중 수와 비교해도 6배가량 많은 숫자다. 골퍼들의 경우 1회 라운드에서 1인당 지출액인 객단가가 15만원이 넘는 우량(?) 고객이기도 하다. 물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서비스와 부킹, 시설 관리 등에서 개선을 보이는 골프장이 훨씬 많다. 하지만 대중화 시대에도 골퍼를 ‘봉’ 정도로 보거나 골프장 측이 ‘갑’의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 행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1,776만명은 단순한 인원 수에 불과하지 않다. 지금까지 이뤄진 골프장사업에 관련한 각종 규제 완화와 철폐, 그리고 골프장 증설 등이 골프장 이용객 수라는 배경 덕분에 가능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해에는 골퍼를 영업의 대상이기에 앞서 젖줄이자 동반자로 바라보는 골프장이 더 많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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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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