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요 문화산책] 테마가 있는 마을

일본 벳푸시 근교에 있는 유후인 마을을 가보면 계절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이 곧 그 마을에는 이벤트가 되고 상품이 되기 때문이다. 이 즈음에 새해맞이 행사는 멋진 일출 광경이 없이도 이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한다. 이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새해맞이가 매력이 되고 있다. 며칠 전 스키장 근처의 명소를 찾아보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스키장과는 대조를 이룰 정도로 한가로웠다. 찾는 사람이 그저 띄엄띄엄 눈에 띌 정도였고, 그래서 그런지 명소를 관리하는 사람도, 해설하는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 가보아도 그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스키장을 곁에 두고 있는 명소라는 것에 걸맞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하기는 메뉴를 보니 갈비, 불고기, 비빔밥 등 반드시 여기에 와서 먹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 것들만 내놓고 있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명소와 식당, 거리와 마을 사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길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에서는 이 마을이 사람이 찾아오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을 겨우 알 수는 있었다. 흔히 개발이라고 하면 우리는 크고 화려한 시설들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 민선시장이나 군수들의 공약을 보면 모두가 다 국제행사를 개최하고, 국제사업단지를 만드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목표가 어느 곳에나 적용될 수는 없으며, 설사 그것이 성공하여 이렇게 스키장을 유치한다고 하더라도 지역경제와 연결을 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계경제는 기업만이 뛰는 것이 아니다. 국가도 뛰고 이제는 마을도 뛰어야 한다. 특별한 매력이 없이도 소박한 정성만으로 상품을 만들어가는 유후인 마을 사람들의 경쟁력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공원에다 테마를 불어 넣으면 테마공원이 된다. 상품도 테마가 있을 때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 경쟁력을 우리 마을에도 심어보자. 테마가 있는 마을, 우리가 살아가고 또 찾아가는 매력이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연택(한양대 관광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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