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품교역 금액기준 4%하락 82년來 최악올해 국제무역 규모가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지난해보다 불과 1%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어서, 우리나라를 비롯 향후 경제성장을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각국의 앞날이 우려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일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상품교역이 지난 82년 이래 최악의 하락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도 국제무역은 미미한 성장세를 보이는데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세계 상품교역은 물량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 금액 기준으로는 4%의 하락률을 기록해 과거 20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WTO가 이 같은 교역 위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 붕괴와 서방 유럽국들을 중심으로 한 경기 둔화.
올해도 대형 IT업체의 부진이 이어짐에 따라 IT 산업의 가파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데다, 미국이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세계 교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유럽권과 일본 경제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국제 교역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국제 교역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미국이 강하게 드러내는 보호무역 성향. 미국이 촉발한 주요 교역국간 무역마찰은 가뜩이나 부진한 국제무역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철강산업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한데 이어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농가 보조금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어서 관련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2일 철강 세이프가드에서 비롯된 미국과 유럽연합(EU)간 무역분쟁을 타결하기 위해 회동한 양측 정상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한편으로, 미 하원은 향후 10년간 농가에 대한 보조금을 70% 가량 늘리는 지원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날 캐나다산 수입 목재에 27%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확정하는 등 미국의 보호무역의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는 실정.
아울러 지난해 '9.11 테러' 이후 보안 및 보험 관련 비용이 늘어나는 등 국제교역을 위한 부대비용이 상승하는 점 등도 국제 무역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수출에서 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극심한 수출 부진에 시달린 반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WTO 보고서는 밝혔다.
WTO의 신규 회원국인 중국의 경우 수출이 7%, 수입이 8% 각각 늘어나 EU와 미국, 일본에 이은 4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됐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