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고통이 없다면, 고통이 무엇인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픔도, 시련도, 수고도, 슬픔도 그 어떤 어려움도 없다면 그것은 어떤 인생이겠습니까? 깊이가 없는 인간, 인간의 모습을 지니기는 했어도 인간의 정과 마음이 없는 비인간의 상태일 것입니다.…(중략) 한편으로 고통이 우리를 더욱 깊이 있는 인간, 더욱 신앙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우리로 하여금 더욱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며, 그리스도를 닮게 해서 참된 신앙의 삶을 살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1999년 5월 7∼14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평생교육원 주최로 경기도 의정부에서 열린 사제 연례 피정에서 '고통'의 의미를 이같이 풀이했다.
김 추기경은 고통스러운 현실에서도 희망과 믿음을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해 "고통은 하느님께서 같이 있다는 신호일지 모른다"고도 했다.
이 책은 당시 하루 두 차례씩 6일간 가톨릭 사제들을 대상으로 했던 미공개 강의 내용을 담고 있다.
평생 사랑을 실천한 김 추기경의 첫날 강연 주제는 '사랑'.
"우리가 기도할 때에는 자아를 버리고 자기를 버려야 합니다.…하느님의 뜻이라면 어느 것이나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그리고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조용히 침묵 속에 하는 기도가 더 좋습니다."
후배 사제를 향한 사랑과 고통, 죽음과 부활에 대한 신앙적 이야기들이지만 굳이 종교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시대의 큰 어른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로 읽는다 해도 손색없는 책이다.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