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동결 결정이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불안을 금리동결의 주요 배경으로 설명하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3·4분기 실적 하향 조정세가 가팔라지고 있고 외국인이 등을 돌린 후 코스피 수급을 주도했던 기관의 차익실현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 경기불안, 기업실적, 취약한 수급 등 3대 암초가 국내 증시를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코스피지수는 21일 전 거래일 대비 1.57%(31.27포인트) 하락한 1,964.68에 거래를 마쳤다. 3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후 최근 국내 증시로 복귀했던 외국인들이 이날 다시 대규모 매도 물량을 내놓았고 그동안 수급을 지탱해왔던 기관마저 매도세로 돌아서며 하락폭을 키웠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978억원과 1,05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이 2,54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했지만 코스피 거래량이 3조7,550억원으로 올해 2월17일 이후 7개월 만에 최소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를 돌리기에는 실탄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지난주 미국 금리동결 이후 국내 증시가 안도 랠리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무색해진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불안이 더욱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동결로 시장의 초점이 이제 경기 우려로 집중되고 있다"며 "옐런 의장이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을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의 주요 투자 루트 중 하나인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10주 연속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며 "지난 8월 매도 정점을 지난 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완화되고 있었지만 신흥국 경기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다시 등을 돌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8월24일 저점 이후 3조1,00억원의 순매수를 하며 지수를 지지했던 기관이 최근 차익실현 목적으로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관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평균 6,000억원대 매도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과 함께 수급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달 초부터 시작될 3·4분기 실적시즌도 증시의 상승재료가 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실적 하향 조정 기업 수가 상향 조정 기업 수보다 많아지며 3·4분기 실적 하향 조정세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라며 "9월 이후 한 달 동안에만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1.6% 하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3·4분기 실적 시즌이 가까워질수록 미국 금리동결,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소식에 급등세를 보인 종목들의 하락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3·4분기 실적이 지난 2·4분기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3.36%(4만원) 급락한 115만원에 장을 마쳤다.
불확실성이 다시 커진 시장 상황에 전문가들은 방어주 성격의 내수주 및 배당주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수정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차지운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배당주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이미 연기금도 올해 말까지 배당주 투자에 최소 1조4,000억원을 집행하는 등 배당주에 대한 투자자금은 이미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밖에 최근 반등 과정에서 수출주 대비 상대 수익률이 부진했던 내수주 등에 관심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