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에서 '금메달 연기'를 하고도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24). 러시아 선수(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대한 퍼주기 논란에 국내는 물론 해외언론에서도 비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단 한 사람, 김연아만은 끝까지 차분했다.
김연아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갈라쇼 무대를 마친 뒤 "계속 말씀드렸듯 판정에 대해 되새겨본 적이 없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속상해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갈라쇼는 대회에 출전했던 주요 선수들이 나와 경기에서와는 다른 연기로 '팬서비스'를 하는 공연이다.
김연아는 20번째 순서로 나와 존 레넌의 '이매진'에 맞춰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해 아이스쇼에서 미리 선보였던 공연이다. 당시 순백의 드레스를 입었던 그는 이번에는 어깨 부분의 파랑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흰색으로 연해지는 드라마틱한 의상을 소화했다. 더블 악셀과 '유나 스핀' 등으로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 김연아는 기도하듯 손을 모으는 동작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참가자들의 무대가 전부 끝나고는 잠깐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기회도 가졌다.
소트니코바는 갈라쇼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는지 들고 나온 대형 깃발을 밟거나 깃발에 얼굴이 가려지기도 하고 점프도 불안했다. 아사다 마오(일본)는 3월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한 뒤 은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갈라쇼로 선수 생활을 정리하게 된 김연아는 판정과 관련한 취재진의 계속된 질문에 "결과가 어찌 됐든 경기가 잘 끝났다는 것이 만족스럽고 항의한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것 같지 않다"며 "억울하거나 속상한 마음은 없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21일 프리스케이팅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해외방송에 포착된 것에 대해서도 "계속 분위기가 점수나 결과에 치우쳐 있다 보니 내 눈물의 이유를 그쪽으로 돌리는 것 같은데 100% 솔직하게 눈물의 의미에는 전혀 억울함이나 속상함은 없다"고 했다. "믿어 주셔도 된다. 금메달을 땄어도 그렇게 펑펑 울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다. 천천히 생각해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피겨여자 싱글 경기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치러졌는지 확인해줄 것을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에게 요청했지만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런 가운데 23일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친콴타 회장은 "(심판이) 러시아 협회 관계자와 이해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그를 배제하고) 멍청한 사람이 심판을 맡기를 바라느냐. 이해관계보다 훌륭한 심판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번 대회 여자싱글 심판 가운데 한 명은 러시아 피겨협회장의 아내인 것으로 확인됐다.